한국일보

기자의 눈/ 세탁업주가 봉(?)

2006-09-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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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열(취재2부 차장)

“기껏 없는 돈 들여 밀실 설치하고 새 기계로 바꿔 놓았더니, 이제 와서 주상복합 건물내에서 퍼크기계는 아예 사용을 금지하라니… 세탁업자들이 무슨 봉입니까.”

최근 연방환경청(EPA)이 발표한 대기오염방출규정(NESHAP) 개정안 소식을 접한 한 세탁업자는 이처럼 이번 결정에 강한 불평을 토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NESHAP 개정안 시행으로 지난 1998년 뉴욕주정부가 ‘파트 232’를 실시하는 바람에 발생했던 금전적 손실에 이어 또다시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NESHAP 개정안의 주요 골자를 살펴보면 퍼크 세탁기계의 주상복합 건물내 신설 금지와 퍼크 기계를 사용하는 기존 주상복합 건물 업소의 2020년까지 사용이 제한된다. 아울러 모든 세탁소에서 기계를 새롭게 설치할 경우 4세대 기계만 허용하며 세탁 사업장에서 트랜스퍼(1세대) 기계는 아예 사용을 금지시켰다.


이는 현재 퍼크기계 사용 비율이 80~90%를 차지하는 한인 세탁업소들, 특히 주상복합 건물에서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뉴욕 지역 세탁업자들에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게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연방 당국이 전국적으로 조사한 주상복합 건물 내에 운영 중인 세탁소 1,400군데 가운
데 850개 업소가 뉴욕시에 소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지난 1998년에도 한인 세탁업자들은 뉴욕주정부가 퍼크 기계를 사용하는 업소들을 대상으로 파트232를 실시, 세탁 업소들마다 수만 달러의 비용을 들여가며 ‘밀실 설치하랴’, ‘기계 바꾸랴’ 애를 겪어야 했다. 당시 뉴욕지역 세탁소 업주 입장에서는 정부 방침을 따른다면 향후 영업상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믿고 순순히 그 부담을 감수했을 것이다.

하지만 채 10년도 되지 않은 지금 ‘파트 232’는 온데 간데 없고 새로운 규정이 발표, 업주들에게 또 다른 부담을 요구하고 있다.결국 정책 혼선이 빚은 비용을 업주들이 고스란히 떠맡게 된 셈이다.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정부의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 손바닥 뒤집 듯하는 정부 정책의 변경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업주들이 져야 한다는 것은 ‘업주들이 봉이 아니고서야’ 상식 밖의 일이다. 이중으로 손실을 보게 된 세탁 업주들을 위한 당국의 보전대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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