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누구의 책임인가

2006-08-3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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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찬(취재2부 부장대우)

한국에서는 ‘바다 이야기’가 철퇴를 맞고 있다.
‘바다 이야기’는 상품권을 이용한 성인 오락 게임의 한 종류로, 이 사행성 게임 프로그램의 인허가나 승률 조작 등이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사건만 터지만 항상 그렇듯이 ‘도박 공화국’이니, 권력형 게이트니 하면서 난리다.

인허가 과정의 특혜나 승률 조작에 대해서는 철저히 조사해야겠지만 ‘왜 도박을 승인해 국민들을 힘들게 하느냐,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라는 식의 호들갑에는 동의하기 어렵다.사실 고스톱이나 포커와 같은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많다. 골프에도 내기를 걸고, 사소한 승부
에도 약간의 상품이 걸려야 맛이 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게임의 사행성은 곳곳에 널려있는 것이다.게임을 할 때는 누구나 대박을 꿈꾼다. 돈을 잃기 위해서 게임을 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대박을 꿈꾸는 만큼 패가망신도 각오해야 한다. 문제는 패가망신을 하는 것이 누구의 책임이냐는 것이다.


게임이나 도박의 피해자가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 꼭 사행성이 아니더라도 게임에는 중독성이 있고, 그 중독성을 이기지 못하면 속된 말로 망가지는 것이다.그런데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자기 탓이 아닌 주위 사람이나 사회 탓을 하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예전에 한국에서 크레딧 카드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많이 양산됐을 때도 그랬다. 크레딧 카드를 아무에게나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한 정부의 잘못이라고.

IMF가 터져서 국가 부도 위기에 몰렸을 때도 부실 경영을 한 경영주와 회사들의 손실을 국민의 세금으로 메운 적도 있다. 좀 과장되게 얘기하면 개인의 잘못이나 민간 회사의 과실을 다른 국민들이 채워준 셈이다. (국가 전체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한 정책적인 배려 등을 배제하고 보
면 그렇다는 뜻이다)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대체로 한국에서 ‘내 책임’아래 행동하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본다. 한국에서는 개인적인 책임보다는 집단적인 책임에 익숙하다. 내 탓이 아닌 사회
탓을 하다보면 동정을 받거나, 심지어 면죄부를 받기도 한다.
야박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도박에 대한 책임은 무조건 본인이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독한 대가를 치르면 다시는 함부로 행동하지 않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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