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남자는 무죄, 여자는 유죄?

2006-08-3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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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논설위원)

어떤 부부가 결혼을 해서 미국에 왔다. 이들은 거의 빈손으로 왔지만 전문 직종에 종사하는 부인이 노력해 아이들도 잘 키우고 기본적인 재산을 형성할 수 있었다. 더욱 다행인 것은 부인이 조금 모은 돈을 남편이 재테크를 잘하는 바람에 큰 재산을 모을 수 있게 됐다.

여기까지 얘기하면 이민 성공담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돈이 많아돌자 남편이 바람을 피우기 시작했고 마침내 딴 살림을 차렸다. 그리고 십 수 년이 지났다. 이런 경우 여자는 과연 어떠한 선택을 해야 잘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어느 날 소설처럼 그 부인에게도 로맨스가 찾아왔다. 이럴 때 또 당신 같으면 솔직히 어떻게 할 것인가.
오늘날 우리 사회가 많이 개방됐고 여권이 신장됐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남자는 그래도 되고 여자는 그래선 안 된다는 편견이 남아 있다. 물론 자식을 키우고 가정을 가진 여자가 외간 남자를 만난다는 것은 사회적 윤리나 관습이 용납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러한 원인 제공자가 남편이 틀림없는데도 남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여자는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고 보는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편견 속에서 성숙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오버하는 것일까.


나도 여성이긴 하나 페미니스트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를 가끔 볼 때 여자로 태어난 게 무슨 죄인가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부부관계는 상호 신뢰 속에서 쌍방이 책임을 다 할 때 의무에 대해서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부부관계는 천륜이 아니라 인륜이라고 말한다. 때문
에 천륜은 깨질 수 없지만 인륜은 깨어지기 쉬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가정의 양대 기둥인 부부가 가정을 지키고 백년해로를 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서로를 사랑하고 존중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는 남녀 할 것 없이 대부분 고등교육을 받고 자기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기본적으로 다 알고 있다. 따라서 어느 한 쪽에서 일방적으로 독재를 하거나 또 어느 한 쪽에서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그러므로 공평하게 주는 만큼 받고, 받는 만큼 준다는 것은 부부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원칙(?)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부부들을 보면 서로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남자나 여자나 상당히 서투른 것이 사실이다. 이웃 미국인 부부들이 아침, 저녁으로 문 앞에서 키스를 하거나 포옹하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참 낯설게 생각했지만 사실은 우리도 그것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우리네 부부간에도 시시때때로 사랑하고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훈련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종종 유부남, 유부녀들이 선을 넘어 탈선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바로 그러한 일들이 부부간에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는 데서 오해가 발생하면서 결국은 더 큰 일을 만들어내는 결과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부부간에 사랑표현은 하지 않고 불만만 쌓여갈 때 과연 어떠한 결과가 오겠는가. 그럴 때 타인들이 더 친절하게 관심을 표현한다면 문제가 생기기 쉬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맞벌이를 해야 하는 바쁜 이민 생활을 하다보면 집에서 보다 밖에서 자신에게 더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결국에는 차마 눈으로 볼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실수들로 이어지는 것일까. 오늘날 신문을 보면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그러므로 이웃에 대한 친절도 필요하지만 가장 먼저 챙겨야 될 사람은 가정과 자신의 배우자라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민 사회라는 환경이 자칫 윤리와 도덕에서 해방감을 느끼게 해 전통적인 관습에서 벗어나고 싶고 자유로워지고 싶은 환경일 수가 있다. 남자든, 여자든 비정상적인 관계, 즉 불륜은 단순히 거기서 끝나지 않고 악순환을 만들어내고 만다. 그래서 가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더 큰 사건을 만들어내게 된다.미국에 이민와 고생고생 끝에 마련한 우리의 가정이 만일 이런 식으로 깨진다면 망망대해에서 난파를 당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우리 가정은 이상이 없는가 점검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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