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동차 운전은 3류다

2006-08-2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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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소(뉴저지포트리)

다른 건 몰라도 자동차 운전하는 것 만큼은 아직 멀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비단 테크닉 뿐 아니라 법규도 잘 안 지키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인색하며, 혼자 급한 사람처럼 조급하게 구는 행동도 좋아보이지 않는다.그러나 차종 만큼은 비까번쩍하는 고급 신형차를 모는 사람이 많아 보인다. 더욱 의아한 것은 미국에 사는 교포 자녀인지, 혹은 한국에서 최근에 온 유학생인지 알 수 없는 새파랗게 젊은층이 벤츠, 렉서스, BMW, 아큐라 등 4~5만달러에 가까운 딜럭스한 카를 타고 자랑스럽게 누비고
다니면서 교통법규와 운전 매너에는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
엊그제 새벽에는 파크에서 걷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6시 반 경이니까 거리엔 차량도 드물고 인적도 한산한 시간대였다.

센추럴 블러바드를 따라 버겐 블러바드 쪽 언덕길을 달리고 있는데
웬 차가 뒤에 바짝 따라붙는다. 경찰차도 아니고 영문을 몰라(알았더라도 잘못한 것이 없으니까) 그대로 진행을 하고 있는데 붕- 소리를 내더니 뒷차가 앞질러 나갔다. 그 지점은 시속 35마일 표지판이 세워져 있고 1차로선인데 말이다.그러더니 다시 약 100미터 앞에서 루트 46 사인이 나오니까 시그널도 주지 않고 그대로 급 좌회전을 해 조지워싱턴 브릿지 쪽으로 사라져 갔다. 검은색 닛산 차에 운전자는 20~30대로 보이는 한인여성.
뭐, 크게 놀랄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교통법규를 무시하고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드는 운전 차량을 자주 목격하는 요즈음이다. 어떤 영향 때문인지 몰라도 한국인들은 언제부터인가 크고 작은 일에 정해진 룰을 잘 지키기 보다는 옆길로 빠지는 요령에 더 익숙해진 것
같다.


그냥 좀 남들처럼 무던하게 정도를 가면 안되는 것일까? 꼭 그렇게 티를 내고 불거져야 성이 차는 것인지. 한류(韓流) 한류 하더니 혹 이런 것도 한류인가? 한인들이 일반적으로 잘 안 지키는 교통위반 사례라 할까, 나쁜 매너라 할까? 그것이 뭐냐 하면 아무데서나 빵빵(hunk)거리는 조급증을 들 수 있다. 물론 눈에 좀 거치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일일이 빵빵대면 해결이 되는가. 심지어 교통사고가 나 앰블런스가 경광등을 켜고 부상자를 태우고 있는 중(옆에 거드는 사람이 차도에 서 있으니까)에도 조금도 못 참고 빵빵거리는 한인을 보았다.또 한가지는 도통 시그널을 줄 줄 모른다. 좌회전을 하든 우회전을 하든 일단 정지를 하든 시그널을 줘야 뒤따라 가는 운전자가 보고 대비를 할 것이 아닌가.
한 가지 더. 주말 한인 수퍼마켓 파킹장에서 벌어지는 광경인데, 가깝고 편한 자리를 기다리느라고 뒤에서 차가 계속 밀려드는데도 통로를 막고 서서 아랑곳 없이 버티는 무경우한 사람도 종종 볼 수 있다.

요 몇년 사이, 뉴욕과 뉴저지에 사는 한인들이 교통위반 티켓을 너무 많이 떼이고 있다는 얘기다. 신호위반, 속도위반, 시그널 위반, 더블파킹 등. 새로운 얘기가 아니지만 카운티나 스테이트가 재원 보충 수단의 일환으로 벌이는 과잉단속의 덫에 한인들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것. 또 한가지는 실제로 한인들의 교통위반 사례가 남들보다 많다는 얘기다. 게다가 벌금에 대해서는 별 신경을 안쓰는 타성까지 한 몫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젊은층이나 장년층이나 고급 승용차를 타고 남 보라는 듯 미끄러져 다니기에 앞서 제발 좀 차격(車格) 못지않는 운전 품격부터 지켰으면 좋겠다.

남다른 생각과 각오를 가지고 20~30년 이민생활을 경험한 사람들 답게 누가 보던 말던, 경찰차가 뒤따라 오건 말건 상관 없이 교통법규와 운전매너를 잘 지키는 우리들이 돼야 할 것이다.그동안 ‘근면한 한국인’이라는 일부의 찬사도 들었지만 최근들어 마사지 팔러에 성매매와 같은 수치스럽고 불명예스런 이미지도 남겼다는 사실을 부디 잊지 말고 교통법규 뿐 아니라 모든 법규를 잘 지키는 선한 한국인 이민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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