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표현력 부족한 한인학생들~

2006-08-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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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취재1부 차장)

다년간 교육 분야를 담당하면서 인터뷰한 학생들의 수는 엄청나다. 알다시피 인터뷰의 기본은 질문을 최대한 간단명료하게 던지는 것. 상대로 하여금 충분한 답변을 유도함으로써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사실이나 기사거리도 발굴하게 되고 글쓰기도 한결 쉬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인학생들과의 인터뷰는 유난히 힘들 때가 많다. 질문의 난이도에 상관없이 한인학생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대답은 ‘모르겠는데요…’ ‘생각해본 적 없는데요…’ 등이다. 설령 다른 대답을 하더라도 거의 단답형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어떤 현상이나 상황에 대한 느
낌이나 소감을 물어도 ‘좋다’ ‘나쁘다’ 아니면 ‘기쁘다’ ‘슬프다’라는 단답형 대답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 뒤로는 입을 다물기 일쑤다.

학생들과의 인터뷰는 주로 특정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상을 받았거나 수석졸업 등 학생 자신과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복잡한 정치문제나 사회적 이슈에 관한 질문도 아니건만 ‘몰라요~’라는 대답이 먼저 성큼 튀어나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물론, 단답형 대답이 무조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타민족 학생들과의 문장 표현력을 비교해 보면 한인학생들은 다분히 소극적이다. 이는 그룹 인터뷰에서 뚜렷이 비교된다.


간단한 질문에도 여러 수식어를 동원해 풍부한 감정표현이나 의견 전달에 익숙한 학생들은 주로 타민족들이다. 서로 자기 얘기를 들어달라며 어깨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반면, 한인학생들은 우물쭈물하며 뒤로 빠지기 쉽다. 일선 공립학교 교사들마다 한인학생들의 수업시간 발표력 부족을 가장 시급히 고쳐야 할 문제로 지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정도다. 교육전문가들은 표현력이 서툰 학생들은 평소 책읽기와 가족간 대화, 자신감 부족 때문이라고 늘 지적한다.

자녀들은 영어로, 부모는 한국어로 대화하는 한인가정이 많다보니 깊이 있는 대화가 부담스럽게 되고 차츰 대화하는 시간도 줄게 마련이다. 그렇더라도 대화의 끈을 절대 놓지 말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강력한 조언이다. 자녀의 한국어 이해력이 부족해도 한국어가 편한 부모라면 한글로 된 책을 자녀에게 꾸준히 읽어주고 어설픈 영어보다는 자신 있는 한국어로 자주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와 충분한 시간을 보낸 자녀일수록 부모의 사랑을 확인하게 되고 이는 곧 자신감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제 가을학기 개학도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새 학기를 준비하는 자녀들에게 오늘부터라도 자녀에게 한 걸음 다가서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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