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를 슬프게 하는 목사님들

2006-08-2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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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돈(법정통역)

형사법원에서 목사들이 관련된 사건이 있을 때에는 나는 슬퍼진다. 대부분 다툼 끝에 생긴 폭행 혐의 사건이 주종을 이루는데 때로는 불법 성추행 같은 창피한 사건도 있다. 하긴 목사도 일반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인인 것은 틀림 없는 것이므로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은 역시 꼭 같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민사사건이나 기타 다른 사건과는 달리 목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형사 피고인이 되어 형사법원에 입건되었을 때에는 우선 목사는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고 하느님이 가르치는 도덕률을 전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므로 적어도 일반 사람들보다는 차원이 높은 도덕 기준을 지켜야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우선은 서글픈 마음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또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목사들이 형사 피의자로 입건되었다는 이유 뿐만이 아니라 그들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교인들의 집단 행동이 더욱 나를 슬프게 한다.

목사가 관련된 사건의 특성은 이들의 재판이 열리는 날은 늘 법원의 방청석이 만원을 이룬다. 목사라는 직업 때문에 그가 속한 교회의 교인들이 법원에 방청하러 나오는 것은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는 일이지만 방청석에 앉아 있는 교인들의 그룹은 언제나 가해자 편에 있는 사람들과 피해자 편에 있는 사람들로 두 편으로 갈라져 있기 때문이다.
두 편으로 갈라진 교인들의 집단이 있다는 것은 사건의 실제 내용보다는 두 편의 세력다툼에서 생긴 이전투구 같은 모양새를 보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입건된 목사의 유죄를 주장하는 그룹은 이 사람이 유죄가 인정되면 이를 바탕으로 다음 행동을 준비하는 일종의 음모가 보이기 마련이다.


말하자면 폭행 혐의로 입건된 목사인 경우라면 개인 대 개인간에 생긴 폭행 사건이 아니고 두 편으로 갈려 있는 두 그룹 사이에 일어난 폭력 사건이란 것을 금새 알 수 있게 된다. 즉 교회에서 일어난 두 편 사이에 생긴 세력다툼 사건인 셈이다. 며칠 전에는 거의 일년이나 끌던 M목사의 사건이 종결되었다. 재판을 6개월 간 보류하고 그 동안에 다시 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면 사건을 기각하겠다는 ACD 라는 이름으로 재판이 끝이 났다. 말하자면 검찰이 6개월 기소유예 처분을 하겠다는 뜻인데, 사건 내용이 미미해서 이 기간이 지나면 사건은 기각되고 결국은 아무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된다는 뜻이다.

이날도 많은 방청인들이 이 선고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문의해 왔는데 그들의 관심은 이 선고가 유죄 선고에 속하는지를 따지려는 사람들이 많았고 이들은 필경은 이 목사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로서 명확한 유죄 선고가 내리지 않아서 실망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교인들의 집단은 그들이 어느 편에 속하던 간에 교회라는 조직 때문에 패거리 싸움이 된 것이고 종교라는 모임에서 이런 일이 생긴다면 종교의 애초의 목적이 이미 빗나간 것이다.
차라리 교회에 나가지 않았다면 좋았을는지 모른다. 교포 사회에 교회의 규모가 대규모로 확장되었고 창립 당시의 일세 목사들이 은퇴하고 2 세 목사가 들어서는 과도기가 겹쳐서 자연히 많은 이권 다툼이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파벌이 생기고 폭력행사로 까지 발전하는가 하면 때로는 반대파에 속하는 목사를 모함하는 음모를 공작하는 파들도 있는 모양이다.

이런 파벌 싸움에서 생긴 형사사건말고도 종교지도자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덕률을 지키지 못하고 불법행위를 저질은 목사들도 많은 것도 사실이다. 흔한 예로서는 교회가 이민 스폰서를 과도히 발행한 이유로 이민 사기 혐의로 이미 많은 목사들이 이민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고 들리고 있다.교회의 힘이 생겼고 물질적으로 팽창하기만 했지 이런 유치한 사건이 터지고 있다는 것은 그 교계의 정신 연령이 아직 유치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복음을 전도하기 전에 교계 스스로의 자정(自淨)을 위해 힘을 쏟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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