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매춘, 보고만 있을 것인가

2006-08-23 (수)
크게 작게
여주영(논설위원)

미국은 겉으로 보기에 모두 자유스럽고 저마다 흥청망청 마음대로 살아가는 나라처럼 보인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런 나라가 아니다. 청교도들이 와서 개척한 이 미국은 다시 말해 기독교의 국가로 매춘은 절대 허용이 되지 않는 나라이다. 성경에 보면 매춘을 한 사람은 군중 앞에서 돌로 맞아 죽을 만큼 가장 부끄럽고 치욕스러운 형벌로 다스려진다. 그것이 바로 기독교 사상이다.

이런 정신이 철두철미하게 배어 있는 이 미국 땅에 어쩌자고 한국에서 여자들을 수입해서 상품으로 파는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룸살롱을 간다든가, 어느 숨어서 하는 불법 요정집을 간다든가, 또 무슨 바에 간다든가, 아니면 어디 나이트클럽을 간다든가 하면 거기에는 매춘을 하는 여성들이 많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여기 저기 눈에 띠는 전단지에 ‘한국에서 새로 온 여성들이 오늘 밤을 끝내줍니다’ 하는 그런 낯 뜨거운 광고들이 수도 없이 나온다.


그럴 만큼 매춘사업은 아주 노골적으로 이 뉴욕바닥에서 누군가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 뿐인가, 이 사업은 심지어 버지니아, 워싱턴 같은 곳은 물론, 하다못해 시골의 중소도시까지 파고들고 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 주인공은 타민족이 아니라 잡고 보면 모두 한국 여자, 한국 남자들이다. 그러니 한국 여자들은 미국인들로부터 매춘부로, 남자들은 지나친 호색한 취급을 당하게 생겼다. 그러니까 우리 집의 사랑하는 딸이나 며느리를 어렵게 해서 대학까지 시켜 좋은 직장, 좋은 자리에 일을 하고 있더라도 같이 일하는 미국인 동료들이 ‘돈만 주면 저 여자는 내가 언제든 데
려갈 수 있다’는 생각들을 하게 만들기 십상이다.

이 사회에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법칙이 있다. 매춘으로 인해 한국인들에게 직접 오점을 남기는 사람들은 전체에 비하면 소수이다. 그러나 백지에 한 방울의 검은 점을 떨어뜨려 보라.
검은 점만 보이지 백지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리고 떨어진 검은 점은 한 방울이라도 점점 번져 그 백지를 곧 검게 물들인다. 이것이 바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 부지런하고 영리한 한국인들, 어느 민족보다도 삶의 목표가 분명하고 뚜렷한 한국인들,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달려가는 이 좋은 민족을 조그만 검은 점이 모두 검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아무리 우리사회에 좋은 사람이 많아도 보는 사람은 흰 것을 보지 않고 검은 점만 보게 되어 있다. 그러니 요즘 주류사회는 한국여성이면 전부 다 검게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우리가 보고만 있을 것인가?

매춘은 바로 우리 한국인이 사는 동네, 동네마다 숨어 있다. 이 사실은 그 동네 사람이 대부분 다 알고 있는데도 수수방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왜? 같은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에서... 이것은 정말 잘못된 생각이다.
이들을 몰아내지 않을 경우 내가 사는 평화로운 마을에 독버섯이 피어난다. 그런데도 한국인은 평소에는 왜 그렇게 떠들고 요란하다가도 그런걸 보면서 신고를 하지 않는가. 한국인의 미약한 고발정신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조금만 이상해도 지나칠 만큼 신고정신이 강하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자녀를 생각해서라도 그들을 우리 주변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이 일은 우리 스스로가 나서서 해야지 미국경찰이나 수사관들에게 의지해서는 근절될 수가 없다. 내가 사는 동네에 낯선 여자가 왔다 갔다 하거나 남자들이 들락날락 하면 지체 말고 당국에 고발해야 한다.

당국은 앞으로도 계속 한국인 매춘부들을 잡아들일 것이다. 그 때마다 신문이나 방송에 오르내리면 우리는 차마 얼굴을 제대로 들지 못하고 살아야 된다. 미국인들이 우리 여자들을 보면 모두 매춘이나 하는 여자로 볼 것이기 때문이다.더 이상 수치를 당하지 않으려면 우리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적어도 사랑하는 내 딸, 내 며느리, 내 손녀딸이 낮에는 좋은 직장인인데 해가 저물면 ‘저 여자는 매춘부다’ 그런 취급을 받지 않게 하려면...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