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인의 나라 사랑

2006-08-2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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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권국가 미국인은 국가 의식이 대단히 높다. 미국 국민이라는 긍지에 버금가도록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도 대단하다.

돈 벌기 좋아하는 영화사나 TV 방송사지만 국민의 마음을 한데 모으고 애국심을 부추기는 데는 돈벌이를 의식하지 않고 큰 몫을 담당한다. 공산권과 냉전이 끝난 지금도 역사 속의 자기네 위상을 높이는 영화를 상연 해, 많은 아메리칸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외계와의 전쟁영화 ‘인디펜던스 데이’나, 미국대통령이 러시아 테러분자들에 의해 공중납치 되는 ‘에어포스 원’을 보노라면 미국의 강대한 힘과, 그런 미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헌신하는 미국인들의 모습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족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


미국인은 성조기를 몸에 달고 산다. 관공서, 회사, 가게, 학교 , 단체, 행사장, 모임, 심지어는 옷이나 얼굴 페인팅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을 성조기와 같이 하고 있다.

보통 미국시민이 하루 평균 열두 번 대한다는 국기- 국가의 상징을 사랑한다는 것은 나라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함을 뜻한다.일반적으로 미국 국민은 국민의 의무를 알고 국가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다.

자긍심 만큼 국가에 대한 헌신과 봉사 정신이 투철하다는 말이다. 고 케네디 대통령의 유명한 말처럼, 국가가 나를 위해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기다리지 않고, 내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아는, 자발적 책임감이 숨 쉬는 나라다.

9.11 사태 때, 잠시 후면 붕괴 될 것이 뻔 한 건물 속으로 역행해 들어가며 인명구출작업을 했던 소방대원들을 우리는 지금도 기억한다.

“어쩌면 우리는 다시 나갈 수 없을지 모른다. 아무쪼록 탈출에 성공해서 잘 살기 바란다.” 는 말을 남기고 올라간 그들 중에는 영영 돌아오지 못한 사람이 많았다. 죽음을 예감하면서도 마다하지 않고 그 길을 택한 사람들. 그런 국민을 국가는 저버리지 않고 끝까지 돌본다.

일시적 이벤트 행사나 말잔치로 끝나는 게 아니라 ‘국가 보훈정책’에 반영해 끝까지 보살피고 보답한다. 그 하나의 예가 유해 발굴이다.

50년 60년 전, 세계 2차 대전과 6.25 전쟁 때의 전사자 유해를 아직까지 찾아다니고 있지 않은가.

격전이 벌어졌던 낯 선 이국 땅 방방곡곡을 헤매며 무던히도 많은 돈을 들여 땅에 묻힌 해골과 뼈다귀를 찾아내고, 유전자 감식까지 동원해 신분을 확인하며 끝내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장면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지금, 이라크 팔루자 지역의 오래 된 격납고 지붕 위에는 이런 글이 씌어 있다고 한다.

“어느 누구도 전장에 버려두지 않는다.” 부상자는 물론 죽은 자의 시체까지 거두는 미국 군대의 신조를 대변하는 대표적 표현이다. 이 모두 조국에 대한 사랑과 열으로 뭉친 사람들의 훈훈한 이야기다.

국가가 부른다는 이유 하나로 즉시 응답하고 희생을 감수한 그들을 한 없이 존경하고 최선을 다해 보답하는 나라, 그 것이 미국이다. 이런 나라, 이런 군대에 어느 누가 충성을 다 하지 않겠는가.

마약이 사회일각을 무너트리고 총을 쏘아대는 폭력이 끊이지 않는 불안 요인을 안고 있는 공룡 사회, 그러면서도 세계를 제패하고 첨단 문명을 이끄는 것은 국가와 국민 사이에 묵언(默言)으로 맺어진 끈끈한 신뢰의 끈이 있기 때문이다.

정영휘(예비역 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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