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남북한 혼동하는 감사원장

2006-07-1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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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경(취재1부 차장대우)

‘북한 미사일 때문에 한인 학생 ESL 없애라니...’
얼마 전 메릴랜드 주의 고위공무원인 도날드 새퍼 감사원장이 공식 석상에서 미사일 발사를 자행한 북한을 벌하기 위해 한인 이민자들에게 ESL 프로그램 혜택을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는 망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뉴욕시에서도 일반인들은 북한과 남한의 차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택시를 타거나 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어디 출신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한국’이라고 답한 후 ‘북한이냐, 남한이냐’라는 질문을 한 번 더 받는 경우가 자주 있다.처음에는 ‘물론, 남한 출신이다’라고 답한 후 어떻게 그런 기본적인 상식도 없나 의아해했지만 의외로 일부 배웠다는 사람들도 이를 모르는 사례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한 주의 감사원장 정도 되면 남한과 북한을 구분하는 것은 물론, 한국인과 재미교포의 차이도 알아야 한다. 한국인들은 ‘외국인(alien)’들이지만 재미교포들은 미국에 정착해 생활하고 있는 ‘미국인(Korean American)’들이기 때문이다.


새퍼 감사원장은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 엄연히 북한임에도 정작 메릴랜드 지역의 한인 학생들을 타깃으로 삼아 비난해 지역 주민들을 경악시켰다.
메릴랜드 주는 LA, 뉴욕, 시카고 등과 더불어 한인 인구가 밀집된 지역의 하나이다. 오는 9월 예비선거에서 감사원장직 3선을 노리고 있는 만큼 한인 유권자들을 존중해야 함에도 불구, 오히려 ‘북한’을 비난하며 한인 학생들에게 ESL 수업을 듣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은 어떤 논리인지 궁금하다.

다행히 메릴랜드 지역의 한인단체와 베트남·중국·필리핀계, 히스패닉계 단체 등 소수계가 나서 새퍼 감사원장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이를 거부하면 낙선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나섰다.과거에도 여러 차례 여성비하 발언, 소수계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새퍼 감사원장에게 한인사회와 소수계의 단결된 힘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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