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다시 한반도를 요리할 생각인가

2006-07-1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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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목회학박사)

지구가 어수선하다. 중동이 그렇고 아시아가 그렇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미사일로 공격했다. 유대인들. 철저하게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다. 레바논 민병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병사 8명을 살해하고 2명을 납치한 사건이 7월12일 발생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은 미사일
을 레바논 베이루트공항에 투하해 공항이 폐쇄됐다.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한 일이라면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다. 특히, 자국이 손해를 보거나 자국민이 피해를 당하는 경우에는 가차 없이 보복을 감행한다. 조그마한 나라, 이스라엘. 어디서 이런 힘이 나올까. 그들의 국민성에서 나오나, 아니면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그들만의 선민의식에서 나오는 걸까.

아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이스라엘 민족의 디아스포라에서 그 힘이 나오고 있다. 디아스포라(diaspora)란 이산(離散), 즉 흩어짐을 뜻하는 그리스어이다. A.D. 70년 로마 제국의 점령으로 예루살렘이 망하고 73년 마사다에서의 유대인 마지막 항전을 끝으로 이스라엘 민족은 나라를 잃고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 흩어짐은 2000년이나 계속됐다. 가장 영향력 있는 유대인 디아스포라는 미국과 유럽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스라엘이 1948
년 중동에다 나라를 건설할 수 있었던 것도, 또 1967년 6일 전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도 미국과 영국 등에서 정치 경제적으로 힘을 뒷받침 할 수 있었던 이스라엘 디아스포라의 영향력 때문이었다.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 있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보복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만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들을 뒤에 두고 있는 이스라엘이니만큼 이번에도 레바논만 더 피해를 당하고 물러서지 않을까 보여 진다. 어떤 사람들은 이스라엘의 이런 보복을 보고 “시원하다”란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이 말은 아시아의 한반도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일 게다.


중국과 일본. 러시아와 한반도. 그리고 조금 남쪽으로 내려가면 필리핀과 여러 아시아 나라들이 산재해 있다. 한반도는 1948년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진 상태로 현재 두 나라 각각 유엔에 가입돼 있다. 한반도가 일본에 점령되기 전 미국은 일본과 협상을 벌였다. 그 협상은 미국이 필리핀을 강점할테니 일본은 한반도, 즉 그때 당시 조선을 강점하라는 것이었다. 결국 일본은 미국이라는 큰 원군을 등에 업고 조선을 집어삼키는데 성공하고 필리핀은 미국의 지배하에 들어간다. 36년이란 긴 세월동안 한반도는 일본에 점령되어 말과 글, 조상대대로 지켜져 내려온 성씨마저도 갈아치우는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의 희생양으로 있다가 1945년 2차 대전
종전으로 일본이 연합군에 패하게 되자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반도의 북쪽은 소련의 영향 하에, 남은 미국이 군정을 실시하게 된다.
현재의 상황은?. 소련이 붕괴되고 러시아가 들어섰다. 그렇지만 러시아는 아직도 북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공산주의 혈맹으로 맺어진 러시아와 중국과 북한이기에 그렇다. 일본은? 북한이 미사일을 동해에 발사한 것을 갖고 선제공격 운운하고 있다. 자국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란다. 남한에선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댄 것 가지고는 별 말 않다가 일본이 선제공격 운운하니 제국주의야욕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는 등 일본 공격이 앞선다. 북한은? 얼마 전 결렬된 남북 간 장관급회담에서 북은 선군 론을 앞세워 북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남을 보호해 주고 있으니 쌀 50만 톤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미국은? 북의 여러 가지 문제, 즉 핵 관계 등으로 마카오의 은행을 자극하자 마카오은행에서 돈들이 빠져나감으로 마카오은행은 북한 자금을 동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2천여만달러다. 미국의 경제제재가 계속되자 북은 미사일을 발사했다. 남과 북이 어정쩡한 관계가 되어버렸다.

미국과 일본은 다시 한반도를 요리할 생각인가.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과 일본의 밀월 같은 협력에 북한을 어떻게 설득시킬 것인가. 남한 정부의 정체성에도 문제가 있지만, 남한 정부와 북한은 일본과 미국의 한반도 현안 타개를 위해 협력하는 그 속셈과 중국과 러시아의 동태를 잘 파악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또 다시 한반도가 주변 강국들의 노리개 감으로 전락되는 수모는 당하지 않게 하여야 할 것이다. 약소국의 비극은 언제까지 가려나. 반만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반도가 100년의 역사도 안 되는 이스라엘보다도 더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현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한반도의 디아스포라들, 힘을 키워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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