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슬그머니 뛴 물가

2006-07-1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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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열(취재2부 차장)

지난 연말께 들먹이다 올 초부터 한국산 식료품의 가격이 잇달아 인상되더니 하반기를 맞아 또다시 가격 인상이 진행 중이다. 업체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한국산 조미료, 양념소스, 간장, 고추장, 김 등이 5~20% 뛰었는가 하면 만두, 국수 등 밀가루 제품이 25%까지 인상됐다. 또 대부분의 라면과 스낵류 제품 가격도 10%까지 올랐다. 지난해에 이어 1년여 만에 또 한번 단행된 가격인상 조치로 일부품목은 약 2년간에 걸쳐 30% 가까이 껑충 뛴 것도 있다. 이들 업체 관계자들은 “원재료 값과 원·달러 환율급락, 고유가로 인한 운송비 상승으로 어쩔 수 없다”고 인상 배경을 설명한다.

달러에 대한 원화의 환율이 950원대로 떨어진데다 미국내 밀가루 가격은 약 25%, 팜유와 소맥전분 등 다른 원료 값도 20%에 육박하는 인상 폭을 기록 중이다. 업체들의 주장이 이치에 어긋나지는 않는다. 인상요인이 분명하기 때문이다.하지만 소비자들은 이같은 가격 인상조치에 대해 여전히 석연치 않은 반응이다.업체들은 가격을 올리면서 소비자들에게 사전에 알리는 절차를 빼고 도매상에게만 인상 통보만 하고 슬그머니 단행했다.


한국산 식료품은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의 소비자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품목들이 많다.한국에서 이뤄지는 가격 조정 논의까지는 아니어도 미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사전에 향후 가격조치 계획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이유다.
소비자들이 석연치 않게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는 매년 대폭적으로 이뤄지는 가격인상이 원가 상승의 짐을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한인들에게 한국산 식료품은 한번 스치고 지나가는 ‘뜨내기 손님’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미국에서 사는 한인들에게도 한국산 식료품은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체들이 비용이 상승한 만큼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것을 이해못하는 바 아니지만 더 우선시 돼야 할 것은 그 제품을 구입해 사용하는 고객인 ‘소비자’들을 배려하는 덕목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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