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려운 자, 일어나게 하옵소서

2006-07-1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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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시인)

80년대 초, 기존 재벌기업을 재정리한다는 명분 하에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집권을 하자마자 재벌기업과 소위 잘 나가는 준재벌급의 기업들을 내사한 적이 있었다. 당시 국제문제연구소에 속해있는 중앙정보국 산하의 유능한 연구원들과 청와대에서 차출한 특정 직원, 그리고 보안사의 수사관을 동원하여 조사를 하였으니 전국에 흩어져 활동하던 기업인들의 수난시대였다.

어떻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기업인이 정치권에 줄을 대서 공사를 따고, 한가락 한다 하는 권력자라면 기업인들이 남이 보지 않는 응달에서 연줄을 맺고는 그 힘을 동원하여 정치권의 눈치보기에 마음이 초조한 은행장의 약점을 흔들어 거액의 은행돈을 손쉽게 꺼내 쓰는 일이 많았으니 당연한 지도 몰랐다.그런 가운데에서도 얼굴을 붉히지 않던 당당한 기업인들이 있었으니 한경직 목사가 이끄는 서울의 영락교회 출신 기업인들이었다. 이들은 재벌도 아니었고, 준재벌도 아니었으나 소위 말하는 알짜배기 기업인들이었다. 이들은 새로운 마음과 새로운 결심으로 새롭게 다시 시작한 기업들이었다.


1950년 초, 북한에서 피난온 피난민을 모아 집회를 시작한 한경직 목사 시무의 영락교회는 교인 수가 급격하게 늘어났고, 이에 따라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큰 교회건물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였다. 그렇다고 교회 재정에 큰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신도들이라야 거의 모두가 피난민에 지나지 않았으니 신도들의 가정형편도 그 재정상태가 양호한 것은 아니었다.
이 때에 한경직 목사는 결단을 내린 것이었다. 하늘에다 재물을 쌓아야 한다는 성경의 말을 신도들이 실천할 때라고 생각한 한경직 목사는 비장한 내용을 강대 단에서 설교로 말했다. “각 가정에 앞으로 한달치 생활비만을 남겨두고 모든 것을 교회에 바쳐라. 이는 하늘에다 재물을 쌓는 것이다. 이를 거부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신도라면 교회에 나와도 하나님의 말씀을 이행하지 못하는 신도이니 굳이 나올 필요가 있겠는가?”

이 때에 많은 신도들이 한경직 목사는 ‘돈만 아는 목사’라고 투덜대며 영락교회를 떠났으나 약 400여 신도들은 한경직 목사의 말을 따랐다. 가지고 있던 것을 거의 다 건축헌금이란 명목으로 내놓았고 그것이 영락교회의 건물을 마련하게 된 동력이었다. 한달이 가까워 오면서 바닥이 나기 시작하는 살림살이를 보고 긴장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나. 이들은 우선 생활을 복구하기 위해서라도 생각하고 궁리를 하지 않으면 아니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안댁의 잔소리와 원망 섞인 소리를 드높게 들으면서도 후회하는 사람은 없었다. “기왕에 시작할 바에 새롭게 시작하자!” 이들이 바로 한국에서 이루어놓은 알부자 400대 기업들이었고 영락교회를 제일의 교회로 성장시킨 기둥의 신자였고 대들보 신자들이었다.

기업의 비리를 찾아 재벌을 재확립하겠다고 나선 전두환 정권은 이들의 내력을 보고 오히려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런 저런 연유가 섞여 기업의 비리 조사는 중간에서 끝을 내게 되었다. 포기하지 않으면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버리지 않으면 새로운 성공의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다. 하고 있는 현재의 일에 희망이 없거나 어려움으로 계속 진행되어 간다면 포기하고 버려라! 포기하거나 버리는 일은 새로운 길을 찾아내는 혜안과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큰 힘을 갖게 된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 어려움에 처해있는 우리에게 하나님이 바라는 일인지도 모른다.

다시 시작하라! “새로운 궁리와 새로운 생각에 새로운 계획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일” 불과 같이 일어나게 하옵시고 해와 같이 드러나게 하옵소서. 이민생활에서 어려운 사람도 많고, 무슨 일을 해도 여의치 않은 사람이 더러 더러 있을 것이다. 권력의 단맛을 본 사람은 권력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성공의 전술을 생각하고, 재물에서 단 맛을 본 사람은 돈의 노예가 되더라도 돈을 벌려고 동분서주 한다. 예술을 하면서 행복을 맛본 사람은 예술을 아름다운 경지에 들게끔 오늘도 노력하고 이웃을 돕는데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지금도 이웃의 불행을 생각한다.그러나 어려우면 무엇이든지 새롭게 다시 하라! 같은 일의 반복인 것 같지만 매일 트는 새 먼동이 새 태양을 낳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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