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나친 것은 독이다

2006-07-1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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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수필가)

요사이 미국에는 ‘긍정의 힘’이라는(Your Best Life Now) 책이 뉴욕타임스에 베스트 1위로 200만부나 팔렸다고 한다.작가인 조엘 오스틴 목사의 글을 보면 과거의 실수나 어리석은 편견의 장벽을 깨고 꿈을 꿈으
로만 생각하지 말고 기대하는 수준을 높이고 긍정적인 삶으로 이끌어가야 한다고 한다. 그렇게 말한다면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이야말로 작가의 말을 그대로 실천한 장본인이 아닐까 싶었다.콘돌리자 장관의 집안을 들여다 보면, 그들 조상이 그랬듯이 백인의 종으로 살면서 인종차별에
대한 반감을 배움의 양식으로 해소했고 더 많은 노력과 인내로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간 발자취가 눈물겨웠다.

그런 콘돌리자 증조 할머니 등 여성 4대가 피아니스트로 활약을 했고, 콘돌리자 아버지 역시 역사학 강사로 5년을 활동하다가 겨우 부교수(1974년)로 승진한 것을 대단한 도전으로 그나마 교수로서의 예우, 즉 보험 및 승진 혜택으로도 만족했다.콘돌리자 어머니 역시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굳건히 이겨 나갔기에 콘돌리자를 보통 아이로 키울 리가 만무했다. 그런 어머니의 교육방법은 정규 교육보다 더 조직적으로 교과 시간을 편성해서 가르쳤는데 라이스 부부는 콘돌리자가 가능한 많은 지식과 문학적 소양을 쌓도록 유도했고, 이런 헌신적인 교육은 자식에 대한 애정뿐만 아니라 ‘목표 완수’라는 가문의 전통을 잇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그러나 콘돌리자는 어머니의 생각인 세계 피아니스트 보다 학문과 정치에 관심이 많았고, 결국
은 소련 정치학에 매력을 느끼고 그 길로 간 것이 지금의 결과를 빚었다.
부모의 말에 의하면 콘돌리자는 어린 시절부터 보통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건 다름아닌 콘돌리자가 10살 때 아버지를 따라 복음 전파로 워싱턴에 갔을 때 교인들과 백악관 구경을 가는 일정에서 모든 여행객들이 그랬듯이 밖에서 백악관 안을 들여다 보고 있을 때 콘돌리자는 “아빠, 제가 밖에서 백악관을 구경하는 것은 피부색 때문이예요. 그렇지만 두고 보세요, 전 반드시 저 안에 들어갈 거예요” 했다고 한다.얼마 전, 나는 한국에 다녀왔다. 한국은 1,2년 전에 비해 엄청나게 생활수준이 높아졌고 따라서 교육수준 또한 하늘을 찌를듯 높아져서 초등학생부터 하루에 평균 20명 이상이 해외로 떠난다고 한다. 그만큼 살기 좋아져서 어떤 사람은 한국이 오히려 미국같다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나는 웬지 대견하고 마음 뿌듯한 마음 뒤에 불안함이 앞선 것은 아직도 우리나라 경제나 정치 사정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민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현재의 안락한 생활을 하는 부모들이 과거의 힘들고 뼈아픈 시절을 자식들에게 감추며 거저 이룬 것 같은 태도였다.
그 예로서, 호화판 교육에 호화판 결혼식, 몇 억의 집을 사주거나 그것도 모자라 손자들 교육보험에 자식들이 저 세상을 갈 묘지까지 확보해 놓았다니 자식들은 대체 무슨 꿈과 기대로 이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갈까 싶었다.
몸에 좋은 약도 지나치면 독이 되듯, 자식 사랑도 지나치면 무능하다 못해 사회에 독을 뿌리지 않을까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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