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기업과 작가의 의기투합

2006-07-1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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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혜(취재2부 부장)

기업의 지원과 작가의 예술성이 만나면 멋진 환경 조형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한국에서 지난 4월 문을 연 한 보험회사 신사옥 전체를 장식할 작품을 만들었던 뉴욕의 한 화가는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1년간 작업하면서 살이 8kg이나 빠지는 힘든 노동을 요하는 작업이었지만 회사측의 배려로 마음껏 작품세계를 펼칠 수 있었고 그 결과 좋은 작품이 만들어
진 것 같다”고 말했다.
건물에 맞춰, 작품을 선택하는 기존의 공공미술과는 달리, 작가에게 모든 것을 맡겨 작품을 완성토록 한 기업의 배려는 한국 화단에 신선한 충격을 가져왔다고 한다.건물 분위기에 맞는 작품을 구입하는 기존의 관례를 깨고 작품을 통해 건물을 새롭게 꾸미는 것은 한국에서 쉽지 않은 경우다.

보통 전시회 후원을 부탁할 경우 자사 로고를 넣어라, 기업의 이미지와 맞지 않으므로 다른 작가를 선정해 달라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하기 마련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기에 예술가들에게 자사 홍보를 요구할 수 있겠으나 이는 예술가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은 물론 작품다운 작품이 탄생되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나 마찬가지다.외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아무 신경 쓰지 않고 작품에만 몰두하는 그것이 바로 모든 미술가들의 희망이자 꿈이다.

몇 푼 안되는 돈으로 생색이나 내려면 도와주지 않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뉴욕의 많은 한인 예술가들이 한국기업들의 지원금에 목말라 하고 있다. 담당자와 접촉하려면 끝없이 연락을 취해야 하고 힘들게 회사측에 프로젝트를 제출하면 묵묵부답인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뉴욕일원에만 한국 지상사가 얼마나 많은데 한국 지상사의 도움 받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 한인 예술가들의 한결같은 지적 사항이다.
연간 예산 중 소액이라도 일정 금액을 예술가나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기금으로 따로 책정해 놓은 기업이 과연 얼마나 되는 지 궁금하다.
기업의 꾸준한 지원은 지금은 무명작가지만 언젠가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릴 한국이 낳은 예술가로 키워낼 수 있는 힘인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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