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진정한 행복은

2006-07-1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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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논설위원)

가정문제가 심각한 것은 미국사회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이혼 절차를 밟고 있던 한 집안의 가장이 매물로 내놓은 빌딩을 폭발시킨 것은 너무나도 충격적이다. 대화로 얼마든지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까지 했어야 했을까? 한인사회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끔찍한 사건도 우리에게는 아직까지 악몽으로 남아 있다.

이런 사건은 비단 이들 가정만의 문제라고만 할 수 있을까? 문제가 터지는 가정들을 보면 보통 경제난과 배우자의 외도, 그리고 성격 차, 심한 우울증이 원인이라고 한다. 실제로 정신적인 충격이나 심한 마음의 아픔 아니고서는 그렇게까지 사건을 몰고 가지는 않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가정에 행복이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행복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행복은 돈에 있지도 않고, 명예에 있지도, 권력에 있지도 않다. 그럼에도 인간은 이 세 가지를 추구하며 살다보니 많은 것을 빼앗기고 있다. 하나밖에 없는 가장 중요한 목숨에 시간을 빼앗기고, 가장 중요한 행복을 빼앗기고, 가장 중요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다시 말해 돈과 명예와 권력을 얻으려고 허둥지둥하다 보니 가장 소중한 이 세 가지를 다 상실하고 있다. 삶이 거꾸로 불행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고은의 시 중에는 ‘산으로 올라갈 때 보이지 않던 꽃이 산에서 내려올 때 보이기 시작한다’는 구절이 있다. 이것은 사람이 출세하려고, 돈을 벌기 위해, 명예를 얻으려고 위만 쳐다보고 애를 쓸 때에는 행복이 보이지 않는데 모든 것을 낮추고 스스로 내려올 때에 행복이 보인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경제적으로나 명예, 권력 면에서 잘 나가는 사람들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우리는 주위에서 종종 보곤 한다.
이들이 올라갈 때는 권세만 보이고 돈만 보이고 명예만 보였지 행복은 안 보였다. 그러나 모든 걸 다 놓고 몸을 낮춰 내려갈 때에는 그 때서야 바로 행복이 보인다. 행복이란 것은 얻고자 하는 사람의 정신이 건강할 때, 또 행복을 얻자면 현재 자기가 가지고 있는 돈과 명예, 그리고 권
력에 만족해야 된다.

권력이라고 하는 것은 남위에 서서 남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고 한 가정에서 가족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 내는 힘과 친구라든가 주위를 화목하게 하는 힘, 그 것이 곧 진정한 권력이라고 본다. 명예는 자식이 부모를 항상 명예롭게 존중하고 심지어는 배우자 쌍방이 상대를 명예롭게 생각하는 것이다. 진정한 명예는 바로 거기에 있으므로 거기서 만족하라. 그러면 행복할 것이다.어떤 사람은 경제를 위해서 차근차근히 땀 흘려 쌓아 올라가기 보다는 횡재를 꿈꾸면서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되길 원한다. 그것은 행복 대신에 불행을 낳는다. 옛말에도 가난한 부부가 어렵게 벌어서 냄비 하나, 그릇 하나, 젓가락 하나 모아지는 재미를 ‘행복’이라고 얘기했다.
행복은 욕심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로토 당선을 꿈꾸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열심히 사는데서 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벼슬이 높아지면 그 것이 행복으로 이끄는 것인 줄 알지만 그런 권력에서 행복을 찾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이것은 우리의 역사가 말해준다.

아무리 부인이나 남편이 바보 같은 짓을 하더라도, 또 잘못한 배우자의 말과 행동에도 이해하고 용서하며 살아간다면 그것도 하나의 행복을 제조해가는 방법이다. 지금의 시대는 컴퓨터가 인간을 방안에 가두어 놓고 있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차단시켜 놓고 있다. 이렇게 감옥살이 생활을 하다 보니 행복과는 점점 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이러한 비극에서 벗어나려 하다 보니 하바드대학의 교수가 ‘행복론’까지 들고 나오지 않는가.
행복론이 우리에게는 가장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행복이란 다른 것이 없다. 무조건 마른 목을 축일 수 있는 자그마한 샘물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가정의 참극은 바로 이런 자그마한 진리를 간과하는데서 나오기 때문에 사건이 터질 때 마다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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