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수잔나의 삶

2006-07-11 (화)
크게 작게
홍재호(취재1부 기자)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부터 완치된 양 수잔나양과 최근 만났다.
한인사회에 희소식을 전하기 위해 인터뷰를 해야 하는 상황인지라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지만 사뭇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수잔나가 아직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인데다 어쩌면 숨기고 싶을 수 있는 자신의 과거를 세상에 풀어놓기에는 아직 어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
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잔나가 동생과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약속장소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며 이같은 걱정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녀의 얼굴에서 승리자에게서 엿볼 수 있는 삶의 광채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인터뷰 내내 수잔나는 강한 의지와 미래에 대한 희망
으로 가득찬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진 찍기를 요청했을 때에는 아직 병마의 흔적이 남아 있는 모습 때문에 잠시 주저도 했지만 아직까지 병마와 싸우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기사 취지를 듣고는 흔쾌히 승낙했다. 그녀는 말 그대로 ‘승리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미 암협회의 암환자와 그들의 가족들을 위한 모임 ‘수선화 모임’에는 2달에 한번 꼴로 암환자들이 만나 병마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다. 그들의 모습 속에서는 삶을 포기하지 않는 그들만의 용기와 힘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나이들어 가족들과 떨어져 양로원에 살고 있는 한인 노인들은 외로움에 안주하기 보다는 보다 ‘완성된 삶’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물건을 배달하는 한 한인 청년과 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들까지도 매순간 조금씩 자신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스핑크스는 ‘낮에는 4발로, 점심에는 2발로, 저녁에는 3발로 걷는 것은 무엇이냐’라는 질문으로 인간의 삶에 대해 정의를 내렸다. 그러나 이렇게 편협하게 바라보기에는 인간의 삶은 너무나 무궁무진하다. 친구와 가족, 행복과 사랑, 질투와 절망 등 똑같은 삶을 영
위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이벤트가 우리와 함께 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런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운 변화를 매번 원하고 있다. 그러나 죽음에까지 이르렀다가 다시 삶을 찾은 사람들은 인생이 중요성을 너무나 실감하고 있다.

수잔나가 몸이 아플 때 많은 한인들이 채혈행사와 기금모금행사를 통해 수잔나의 아픔을 나누었다. 이제는 승리자로서의 수잔나의 삶을 우리가 보고 배워야 할 때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