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영웅 ‘워렌 버핏’

2006-07-0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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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진(변호사)

나는 워렌 버핏을 영웅이라 부르고 싶다. 물론 그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개선장군은 아니다. 세계 제 2의 부자인 그가 자기 전재산의 85%인 307억 달러를 세계 제 1의 부자 빌 게이츠 부부가 운영하는 자선기관에 기증한 것은 영웅적 행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돈은 미국보다도 전세계 특히 저개발 국가를 위하여 말라리아 왁신 개발 등 질병 퇴치와 교육분야에 집중 투자될 것이다.

307억 달러는 천문학적 숫자이다. 우리 서민들에게는 10만달러도 큰 돈이다. 10만달러의 약 31만배가 되며, 100만달러의 3만700배다. 현재 게이츠 부부의 자선기관의 자산이 288억달러이다. 버핏의 307억달러가 합쳐 595억달러에 달하게 되었다. 세계 두번째 큰 규모의 자선기관인 포드
재단의 자산이 10억달러를 약간 웃돌고 있으니 그 규모는 엄청나다.
2005년도 게이츠 자선재단이 세계 보건과 건강을 위해 10억달러를, 교육분야에 4억달러를 지불했다. 버핏 자산의 가담으로 앞으로는 지출이 배 이상 늘어날 것 같다. 유엔의 교육 과학 문화기관인 유네스코의 2005년 예산이 6억1,000만달러임을 생각할 때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버핏의 영웅적인 행위에서 몇 가지 배워야 할 교훈을 찾고자 한다. 가장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은 그의 증여 방식이다. 자기의 명예를 중요치 않게 생각하고 있다. 포드와 라커펠러 등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이름과 명예를 위해 자기 이름으로 자선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그가 자기 이름으로 독자적인 자선기관을 설립했으면 세계 제일의 기관이 되었을 것이다.
그는 부를 자녀들에게 넘겨주지 않았다. 연일 언론에서 특필하고 있는 이유는 자산의 규모 때문만이 아니라 그의 세 자녀가 각각 독자적인 자선기관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재단에는 각각 10억달러씩만 주기로 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말한다. “나는 부의 왕국 건설을 신봉하지
않는다”고.부의 축적은 사회에 대한 더 큰 책임이 따른다고 믿고 있는 사람이다.

게이츠도 버핏처럼 사회에 대한 책임이 강한 사람이다. 고도의 지식인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고도의 지식만이 아니라 높은 지혜를 가진 자들이다. 지식인들 간에 협조가 부족하다는 것이 정평이다. 게이츠는 2008년부터는 자기 사업보다 자선사업 기관 운영에 전념하겠다고 한다.
버핏은 전재산을 전문 자선기관에 헌납하고 자기 회사 일에 열중하겠다고 한다. 자식들 보다 게이츠가 더 잘 운영할 것으로 믿고 있다. 흥미로운 일은 버핏의 세 자녀 모두가 한결같이 아버지의 결정이 잘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버핏은 세대 차이를 극복하고 있다. 버핏은 75세로 25년 연하인 50세인 게이츠를 15년 전부터 친구로 사귀고 있다. 즉 60세의 노인이 35세의 청년과 사귀기 시작한 것이다. 10년 차이만 나도 서로 접근하지 않으려는 것이 일반적인 풍토이다.

버핏은 게이츠와 경쟁도, 질투하지도 않는 것 같다. 사업의 성격상 경쟁의 대상은 아니지만 왜 그는 세계 제 1의 부자 소리를 듣고 싶지 않겠는가. 1위와 2위는 서로 융화가 잘 되지 않는 것이 상례이다.
우리는 가끔 거부들이 검소하게 사는 것을 보게 된다. 버핏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네브라스카주에 있는 중도시 오마하에 살고 있다. 1959년에 3만1,500달러에 산 집에서 아직 살고 있다. 반면 게이츠는 지난달 중국 국가 원수가 미국에 왔을 때 자기 집에서 환영파티를 할 정도
로 거대한 성곽 속에서 살고 있다.누구나 돈을 좋아한다. 그러나 정당한 방법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은 존경을 받지만 불법적으로 부를 형성한 사람들은 멸시를 받는다. 그 부를 자기와 자기 가족만을 위해서만 쓰는 사람들을 우리는 부러워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존경하지도 않는다. 버핏이 크게 존경받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 수년 동안 한미장학회에 약간의 시간을 보냈다. 37년의 역사를 가진 유일한 전국적인 장학기관이다. 매년 300명 이상의 학생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 뉴욕, 뉴저지, 매사추세츠주 포함 동북부 8개주를 관할하는 동북부 지부가 금년에도 60여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불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본 장학회에 기부하는 사람들은 바로 워렌 버핏과 같은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의 돈을 전문기관에 맡겨 그들이 원하는 장학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참으로 훌륭하며 존경받을 분들이다.

현재 뉴욕한인사회에는 많은 장학회나 자선단체가 있다. 특히 친목단체가 아닌 봉사단체의 활동들은 한인사회에 크게 도움을 주고 있다. 모두가 좋은 의도에서 시작했으며 이러한 자선기관들이 많을수록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게되니 좋은 일이다.
이러한 자선기관 중 대부분이 자기들의 사업을 위해서 개인이나 단체의 명예나 이득을 위해 설립된 경우가 많다. 동포들을 상대로 사업을 하는 기업이 기업의 이름으로 장학금을 주고 있으니 기업의 이익을 위해 장학금을 준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버핏과 같은 정신을 가진 순수한 목적을 가진 기업가, 사업가, 또는 개인이 우리 한인사회에도 많이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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