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침 뱉음을 당하는 것은

2006-07-1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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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희(뉴욕시 교육국 학부모 조정관)

내가 뉴욕에서 산지는 올해로 23년이 되는데 남에게 침 뱉음을 당한 경험이 두 번 있다. 한 번은 갓 결혼하고 나서인 1986년도에 일이고, 또 한 번은 며칠 전에 일어난 일이다.첫 번째는 맨하탄의 웨스트 빌리지에서 살 때이다. 6애비뉴와 12스트릿에서 길을 건너려고 서 있는데 어느 남자의 손이 내 앞에 있는 여자의 핸드백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것을 보고 눈을 돌릴 수가 없어 뚫어지게 보고 있자니 그 남자의 눈길이 나에게 쏠리며 소리 없는 나의 절규가 그를 멈추게 한 듯 실패한 범죄의 반응으로 갑자기 내 얼굴에 침을 뱉는게 아닌가…

나는 너무 갑자기 억울하게 당한 일이라 반격할 여유도 없이 나를 추스리는데 그 자는 ‘너 때문’이라고 갖은 쌍욕을 나에게 하면서 길거리 코너에 놓인 쓰레기통을 들고 던질 듯이 으르렁댄다. 나도 그때는 큰 소리로 폴리스 부르겠다고 하는데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집에 와서
비누로 얼굴을 몇 번이나 닦으면서 분노인지 설움인지 틀어놓은 수도꼭지 같이 눈에서 눈물이 한없이 흘렀다.또 한 번은 며칠 전 훤한 새벽 5시반경 교회에 가는데 150가와 루즈벨트 애비뉴 선상을 막 좌회전 하는데 야구모자에 반바지를 입은 세 명의 이십대 중반의 남자들이 크게 한국말로 버스정거장 앞에서 떠드는데 한 남자는 아직 열지 않은 런드로멧 벽에다 방뇨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냥 지나쳤어야 했다. 그러나 바로 며칠 전 이 부근에 한국 사람들이 모여서 붉은 티셔츠를 입고 응원했는데 거리에서 그게 무슨 한국사람 망신 인가? 차를 세우고 창문을 내리며 이렇게 길에서 소변을 보면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아줌마! 뭘 봐!” 하였다. 그래서 “길에서 한국사람이 이게 무슨 일이에요?”라고 했더니 다짜고짜 진한 욕을 하면서 갑자기 차 안으로 침을 뱉는다. 세상에 이런 일이! 마침 셀폰도 가지고 있지 않아 얼른 집에 와서 911에 신고했다. 경찰이 그 자리로 가서 기다리라고 해 가보니 벌써 다 도망치고 없는데 마침 경찰차가 도착한다.사정을 얘기하니 이제는 그런 일이 있으면 혼자 대응하지 말고 ‘911에 신고부터 하라’고 말하고 ‘조심하라’며 떠났다.

우리 한국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은 민간 대사나 마찬가지다. 우리의 행동이 한국을 좋게, 아니면 나쁘게 미국사회에 인식시킨다. 직장에서도 최선을 다해 한국 사람의 우수함과 근면함을 알릴 책임이 있고 공중도덕을 잘 지켜 예의 바른 민족이란 것을 미국사회에 인식시키는 것은 우리 세대 뿐 아니라 우리의 자녀들인 다음 세대들이 이 땅에서 인정받으면서 살기 위한 기초 작업이다.

살고 있는 집의 위치가 플러싱 한 복판이라 한국 사람이 밤늦게 새벽에 취한 음성으로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것을 듣는 것은 익숙해 졌다. 가끔 길거리에 구토해 놓은 것도 볼 수 있고 집 근처에 잘 주차하는 관광버스는 실내 청소한 쓰레기를 집 앞 길에다 버리고 가기도 한다. 그러
면 나는 계란으로 바위 치듯 비닐봉지에 장갑 끼고 줍는다.
우리 모두는 주인의식을 갖고 우리가 살고 있는 뉴욕이, 아니 더 나아가서는 미국이 나 때문에, 그리고 우리 한국 사람들 때문에 더 발전하고 부강하게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은 남의 일이 아니고 우리들이 할 일이다. 우리에겐 밝은 미래가 있다! 이곳에서 태어난 우리의 자녀들이
미국의 대통령이 되는 것을 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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