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누구를 향한 미사일인가

2006-07-07 (금)
크게 작게
이기영(주필)

북한이 결국 미사일을 쏘았다. 그것도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맞추어 한발이 아닌 몇 발을 쏘았고 또 쏘겠다고 한다. 어느 나라를 향해 쏜 것이 아니라 시험발사이긴 하지만 세계의 여러 나라가 그렇게 말렸는데도 쏘았으니 그 댓가를 톡톡히 치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 미사일로
무엇을 어쩌겠다고 하는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짓이다.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북한이 생각한 것처럼 대단한 일이라기 보다는 어린아이의 불장난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첫째 이유는, 북한의 미사일이 생각보다 유치한 단계였기 때문이다. 고의적으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일부 미사일이 불발하는 등 기술수준이 낮았다고 한다. 러
시아의 연방우주청장은 북한 미사일이 초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미국도 생각했던 것보다 미사일 수준이 낮은데 놀라면서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한 관리는 “캘리포니아의 어린이들이 대피훈련을 할 필요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두번째 이유는, 북한의 어린아이같은 과시욕이다. 미사일을 쏘아대면 미국이 벌벌 떨고 세계가 겁을 먹을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제발 미사일을 쏘지 말라고 협상을 벌여 무슨 요구든지 들어줄 것이라는 어린아이같은 발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말을 안 들으면 미사일을 또
쏘고 중국이 말려도 내가 쏜다면 쏜다는 과대망상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 북한의 행태이다. 그 미사일 수준으로 말이다.
그러나 이런 망나니같은 북한의 유치한 행동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된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북한의 미사일이 지금은 별 것 아니라고 하더라도 계속 개량하면서 시험발사를 하면 언젠가는 고도의 정밀한 수준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정말 위협적 존재가 된다. 그러니 미리 화근을 뿌리뽑아야 한다. 초기 단계든 유치한 수준이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 강력한 응징과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가장 민감해야 할 한국이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무감각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사일 발사 직후 미국과 일본 정부의 긴박한 대응과는 대조적으로 한국정부는 한가로운 모습이었다. 세계의 보도기관이 미사일 발사 사실을 속보로 내보냈는데도 한국의 공영방송인 KBS-TV는 월드컵 중계만 하다가 2시간 반이 지난 후에야 뉴스를 전했다고 한다. 북한은 사전에 미사일 탄착 해역에 선박의 항해를 금지시켰는데 한국은 이런 사실을 몰랐던지 아무런 사전 경고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미사일이 통과한 동해 상공을 탑승객 235명을 태운 시카고 발 아시아나 항공기가 수십분 전에 통과했다고 한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북한의 미사일에 대해 무감각할 뿐만 아니라 걱정하는 것 같지도 않다. 미국과 일본이 워낙 미사일 발사를 문제 삼고 있으니 한국도 동조하는 태도를 취하긴 했지만 겉으로 시늉만 하는 것 같다. 미사일이 발사된 날에도 울산과 여수에서는 북한으로 보내는 비료를 선적하는가 하면 내주에 부산에서 열릴 예정인 남북 장관급 회담을 예정대로 개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남북공동선언 실천 연대와 한총련 등 이른바 친북단체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미국과 일본의 자업자득이고 민족의 자신감과 단결력을 더욱 공고히 만드는 계기라고 찬양하고 있다.
미사일 발사 뿐 아니라 북한이 하는 일들을 보면 어찌 그렇게도 깡패집단이나 할 수 있는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 국내에서 불쌍한 국민들을 힘으로 억눌러 폭력강압정치를 하는 것이나 위조지폐를 만들고 마약과 무기를 팔아먹고 사람을 납치해 가는 것이 모두 깡패들이 하는 짓이다.

이번에 미사일을 쏘아대는 것도 깡패들이 칼을 휘두르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호주 정부가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면서 국제적인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하자 북한대사는 북한의 핵탄두와 미사일은 호주도 공격할 수 있다고 공갈을 쳤다고 한다.
이런 깡패집단을 감싸는 남한은 또 무엇인가. 요즘 남한의 실세들을 보면 한 마디로 양아치 집단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른바 친북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코드가 맞아야 할 수 있는 것이다.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이 있듯이 북한의 깡패집단이나 남한의 양아치 집단이 질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에 서로 마음이 통하여 감싸주게 되는 것이다. 선량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이 두 집단과는 상극일 수 밖에 없다.

북한의 미사일이 협상용일 수도 있고 수출용일 수도 있고 군사용일 수도 있다. 그러나 수출도 하고 협상도 하고 난 후에 북한은 미사일을 없애버릴 것인가. 지금 미사일이나 핵무기가 문제될 때마다 북한은 미국과 일본을 겨냥한 것처럼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북한이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세계대전을 일으킬만한 능력이 있는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그러면 그 진정한 목표는 어디일까. 바로 남한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다른 목적과 다른 목표로 위장하여 궁극적으로 적화통일을 위해 핵무기와 미사일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