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에너지 혁명의 새 지평 ‘수소 원료’

2006-07-0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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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영(전 언론인)

프랑스의 공상과학소설가 ‘주르 베르느’는 그의 작품 ‘신비의 섬’에서 언젠가는 물이 지금의 석탄처럼 연료로 쓰일 날이 올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미국의 경제학자이며 미래학자이자 열렬한 환경운동가인 ‘제레미 리프킨’은 인류의 미래 에너지원으로 이 수소에 깊은 관심을 돌리고 그에 대한 연구에 열정을 쏟고 있다. 미국정부도 그의 성과와 주장에 귀를 기울이며 부시 내각의 에너지부는 수소연료 전지 자동차 개발 지원에 나섬으로써 수소 경제는 미국에서도 가시권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100여년 전 한 공상가가 소설에 쓴 꿈같은 얘기가 한 세기가 지난 오늘 현실로 다가선 것이다.화석연료 고갈 발전(發電)과 수송에서 동력원으로 쓰이고 있는 에너지는 장작(나무)에서 석탄, 석유, 천연개스
로 이어져 그동안 산업혁명을 가능케 하였고 광범한 화학공업의 원료로 쓰이는 등 인류의 물질문화 발전과 생활수준 향상에 위대한 공헌을 하였다.


그러나 이런 탄화수소를 주성분으로 하는 화석 연료는 해마다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거기에다 대인구국인 중국, 인도의 공업화로 인해 수요 증가는 가속도가 붙어 그의 생산, 채굴은 얼마인가 정점에 이르고 그로부터 생산은 하강곡선을 그리며 곤두박질치다가 머지않은 앞날
에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면 수소연료란 무엇인가?
석유 등 화석연료 대신 우주와 지구행성에 무진장한 수소를 동력원으로 쓰자는 것이다. 원소들 중 가장 가벼운 이 수소는 우주 질량의 75%를 차지하고 있고 지구표면 70% 이상을 엎고 있는 대양의 물도 수소와 산소의 화합물이다.수십억년 이글거리며 타고있는 태양도 이 수소가 타면서 태양계에 빛과 열을 뿌리며 지구상 모든 생명체들에게 생명을 주고 있다.
수소연료란 무한한 대양의 물을 전기분해하여 얻어진 수소를 연료전지에 넣어 동력을 얻는다. 이 때 생기는 부산물은 석유와 달리 탄산가스가 아니라 무공해 물질인 수증기 뿐이다.

연료 효율도 높아 액화수소 1kg에서 석유 1kg이 제공하는 열량의 3배가 나온다. 다만 물에서 수소원소를 얻기까지 드는 비용이 값싼 석유보다 4배 가량 비싸 아직은 경제성이 없지만 꾸준한 기술개발, 그리고 장차 규모의 경제로 옮겨갈 때 그 비용은 급속도로 체감될 것이라고 ‘제
레미 리프킨’은 낙관하고 있다.
수소연료 전지란 종래의 전지(배터리)개념과는 다르다. 주입되는 수소와 산화제의 화학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한다. 재충전은 필요 없으며 외부로부터 수소가 공급되는 한 계속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수소 경제시대가 오래 하면 우선 발전 시스템이 달라진다. 종래의 화력, 수력발전과 달리 전기의 최종 소비자인 공장, 회사, 학교, 병원, 주택들이 각각 소규모 수소연료 전지를 설치하고 전지를 스스로 발전, 비축해서 쓰고 남은 전력을 사고 팔 수도 있다.
자동차는 차체에 미니 수소연료 전지를 장착하고 달리며 주유소 대신 수소를 공급하는 ‘스테이션’이 생긴다. 한 번 주입하여 1,000 km를 거뜬히 달리며 열 효율도 개스 내연기관 보다 3배가 높아 파워도 세고 속력도 빠르다. 물론 공해물질인 배기개스는 없고...

에너지 혁명의 블루오션
이런 엄청난 에너지 혁명을 얼마나 빨리 성공적으로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인가? 화석연료로부터 벗어나겠다는 우리의 열의가 얼마나 뜨거운가에 달려 있다. “아직은 값싼 석유가 남아있는데 급할 것 없다”는 식으로 안이한 생각에 미적거리다가는 유럽, 일본, 캐나다 등 이미 수소연료 연구 개발에 착수하고 있는 선진 경쟁자에 추월당하고 말 것이라고 ‘리프킨’은 경고한다.

자동차, 비행기, 텔레비전, 컴퓨터 등 굵직한 발명으로 시대를 앞서가며 세계를 리-드 하였고 우주 탐험에서도 미국은 선두를 지키고 있다.
잔머리 굴려 잔재주 겨루는 세계무역경쟁의 피바다 속에서 이제는 눈을 돌려 저 멀리 수평선 너머 푸른 대양으로 수소경제 진입을 향해 힘차게 도약할 때 미국은 다시금 세계의 지도국으로, ‘뜨는 해’로 부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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