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2006-06-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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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정(뉴욕가정상담소 카운셀러)

대부분의 부모들은 누구보다도 자신들의 아이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부모들과 아이에 대한 상담을 하다보면 자신의 아이인데도 어떻게 저렇게 잘못 이해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아이가 지속적으로 짜증을 낸다거나, 부적절한 행동을 한다거나, 조그만 일에도 상처를 받고 힘들어 하는 것을 보면, “나도 그렇게 자랐는데, 저 애도 저러다가 크면 나아지겠지요” “아이가 왜 저리 약하지요? 저러다 사람 구실이나 할까 걱정이 되네요” 또는 “우리 식구 중에
○○의 성격을 닮아서 저런 행동을 하는 것 같아요” 등 부모가 경험한 것들을 통해 아이에 대해 쉽게 판단을 내리는 것을 본다.

아이들이 나타내는 행동에는 분명히 원인이 있는데도, 행동이면의 원인에 대한 이해는 없고 아이의 부적절한 행동자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쉽게 아이의 행동을 비난하고, 심한 경우에는 “너는 그러니까 어쩔 수가 없어.” 라고 아이의 미래를 결정해 버리기도 한다.
그런 말을 듣는 아이의 심정은 어떠하겠는가? 자기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아이는 부모의 비난 속에서 ‘나는 원래가 이상한 아이야, 그러니 다른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지 못할거야, 결과적으로 나는 나쁜아이야, 라는 생각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신념처럼 가지게 된다.


이렇게 자라는 아이들은 자신에 대한 상이 부정적이기때문에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도 긍정적으로 보지 못하고 매사에 자신감이 없다. 그러면 부모님들은 “우리 아이는 누굴닮아서 이렇게 자신감이 없는지 답답해요” 라고 또 다시 아이를 비난을 한다.
부모교육이나 상담을 통하여 부모들이 쉽게 하는 비난들이 아이에게는 심한 상처가 되고 아이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부추기는 결과가 된다는 것을 알고는 충격을 받기도 하고, 심하게 후회하는 모습들을 보게 된다.
부모들은 아이가 부적절한 행동을 나타낼 때 그 행동만 보고 아이를 판단하기보다 아이가 그런 행동을 하는 이면에는 무엇일까에 의문이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지속적 짜증을 낸다면, 가정에서 학교에서 뭔가 속상한 일이나 불만스러운 것이 있지 않는지, 아니면 아이가 나와 다른 성격이라 내가 이해못하는 부분이 있지는 않는지, 등 아이의 입장에 서서 아이를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부모자신에 대한 이해 또한 아주 중요하다. 자신은 부모와의 관계가 어땠는지, 자신 또한 어린시절부터 비난을 들어와 상처입고 힘든 것을 감추고 살아오지 않았는지, 그렇게 듣기 싫었던 부모님의 비난을 그대로 자식에게 반복하고 있지는 않는지 등에 대한 탐색이 필요하다.
건강한 부모들은 아이의 보이는 행동 뿐 아니라 그 이면에도 관심을 가진다. 또한 부모의 문제를 자식에게 전가하지 않는다. 그러면 자식이 실수해도 비난하기보다 격려하게 되고 다시 잘할 수 있을거란 믿음을 가지게 된다. 그 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상대에 대한 경쟁이나 경계없이 상
대를 존중하며 자신의 일에만 몰두할 수 있다.

오늘 이글을 읽는 분들은 나는 아이의 행동으로 쉽게 아이를 비난하고 화를 내지 않았는지, 왜 나는 아이에게 비난의 말을 하는지, 또 그것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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