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착각 시리즈

2006-06-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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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찬(취재2부 부장대우)

한국팀의 아쉬운 16강 탈락으로 월드컵의 환상에서 일상으로 돌아왔다. 누구나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이길 것이라고 믿고 바라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이번 독일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 ‘월드컵 착각 시리즈’가 화제였다. 독일의 경우 ‘개최국이니 당연히 우승할 줄 안다’, 일본은 ‘조 꼴등 안할 줄 안다’, 브라질은 ‘이번에도 우승할 줄 안다’, 호주는 ‘히딩크 신화 일어날 줄 안다’ 등등.


일부 내용은 그럴 듯했다. 축구 종가인 영국이 지난 38년간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스웨덴과 한 조에 포함되면서 ‘이번에도 영국 누를 줄 안다(스웨덴)’, ‘이번에는 스웨덴 누를 줄 안다(영국)’ 등이 착각 시리즈에 올라있다. 착각 시리즈 중에서 한국은 ‘16강은 당연히 하는 건 줄 안다’였다. 과정이야 어쨌든 16강에 못올랐으니 우리가 착각을 한 셈이 됐다.
살다보면 착각을 할 때가 많다. 한국에서 유행했던 착각 시리즈 중에는 이런 것도 있다.여자들의 착각은 ‘남자가 자기랑 같은 방향으로 가면 관심있어서 따라오는 줄 안다’고, 남자들의 착각은 ‘못생긴 여자는 꼬시기 쉬운 줄 안다’다.엄마들의 착각은 ‘자기애가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해서 못하는 줄 안다’이고, 아기들의 착각은 ‘울면 다 되는 줄 안다’다.
고교생의 착각은 ‘졸고 있어도 선생님이 못보는 줄 안다’이고, 대학생은 ‘자기가 철 든줄 안다’다.

이런 시리즈의 마지막은 ‘자기는 안그런 줄 안다’다. 개인적으로 하는 착각이야, 약간 얼굴 팔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어떤 위치나 자리에서 하는 착각은 여러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한인사회에 떠도는 착각 시리즈를 꼽는다면 대충 이럴 것 같다. (예전부터 나온 얘기니까 자기 얘기인줄 알고 화내는 분이 없기를 바란다)

▲총영사(영사관)의 착각: 자기가 총독인줄 안다. ▲한인회장의 착각: 자기가 대통령인 줄 안다. ▲이민자: 미국에 오면 영어를 잘 할 줄 안다. ▲단체장: 자기가 잘나서 회장된 줄 안다. ▲비즈니스: 가게문만 열면 다 잘되는 줄 안다. ▲문화예술인: 뉴욕에서 공연하면 다 뜨는 줄 안다. 착
각은 자유다. 다만 겸손하자는 의미로 웃고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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