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다른 문화의 이해

2006-06-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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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돈(법정통역)

남의 풍습이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데서 많은 문제가 생긴다. 특히 미국같이 많은 인종들이 섞여 살고 있는 곳에서는 인종간의 언어의 불통이나 문화의 몰이해가 사회 문제로 다루어야 할 만큼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고 정부차원에서도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중언어 교육이라든지 공공기관에 이중언어 통역을 배치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런 문제의 해소를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따라서 통역이라는 업무가 점차 아주 중요한 매체로 자리잡고 있고 그 수요도 점차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 있었던 뉴욕주 정부의 법정통역들을 대상으로 하는 세미나에서 특히 문화의 몰이해(沒理解)에서 오는 통역상의 오류를 다루는 주제도 포함되었다. 문화의 몰이해에서 오는 통역상의 오류라 하면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통역을 함에 있어서 말과 말의 뜻은 번역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그 언어가 상용되는 두 사회의 문화적 차이 때문에 전혀 터무니없는 다른 뜻으로 해석되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생기는 잘못을
말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상품의 세일을 광고할 적에 10% 또는 20% 세일이라고 표시하고 이는 정가에서 10% 또는 20%를 깎아서 판매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홍콩을 포함한 중국계 사회에서는 이런 경우에 九折 또는 八折에 세일한다고 쓴다. 九折이라 하면 90%라는 뜻인데 이 경우에 90%를 깎아 준다는 뜻이 아니고 정가의 90% 가격에 판매한다는 뜻이다. 즉 미국인의 표현 방법과는 전혀 반대되는 접근 방식이다. 그러므로 중국식 표현을 말과 말의 번역으로 90% 또는 80% 세일이라고 번역한다면 이는 전혀 틀린 말이 되고 만다.

사람의 태도를 보는 기준에서도 이런 문제가 생긴다. 흔히 대화하는 과정에서 사람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면 거짓말을 하거나 진실성이 없다고들 한다. 미국인이나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보편적 사고방식이다. 하지만 어떤 남아시아나 중동지역 나라에서는 특히 여성이 상대방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이 금기로 되어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는 이를 모독이라고 취급하는 곳도 있다. 그러니 눈을 똑바로 뜨고 쳐다보지 못하는 여성을 진실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에 따른 오류이다. 이 때문에 가정문제 상담소나 여성 문제를 다루는 기관에서는 자주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한국인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면 최고 또는 제일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어떤 나라에서는 이것은 아주 음란한 욕설에 속하는 곳이 있다. 또 한가지 가장 흔한 예로 한국인들의 대화 중에 어린이나 어른 할 것 없이 흔히 “죽인다”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 “죽인다”는 말이 진짜 죽이려고 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냥 가만두지 않겠다는 정도의 뜻으로 쓰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죽인다는 표현 때문에 형사사건에 연루되었을 때에는 가끔 심각한 다툼이 될 때가 있다. 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하는 피해자가 경찰관에게 그 사람이 나를 죽인다고 하면서 두들겨 팼다며 진술한 경우가 있었다. 필경은 폭행을 가한 사람이 홧김에 이런 표현을 쓰면서 폭행을 했다고 하더라도 정말 죽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영어로 단어 하나 하나를 영어로 표현하느라고 “I will kill you” 했다고 신고했기 때문에 경찰이 이 가해자가 살의(殺意)를 가지고 있었다고 입건한 사건이 있었다.

말하자면 꼭 같은 말이라도 한국말로 표현했을 때와 영어로 말했을 때의 뜻이 완전히 다른 뜻이거나 그 비중이 다르게 해석된다. 그러니 말다툼 중에 상대방이 한국인이 아닌 영어로 말해야하는 상대에게 I will kill you 라고 말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우리는 지금 글로벌 시대에 온 세계의 다른 민족과 그야말로 멜팅 팟이 되어 살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언제나 남의 입장을 배려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면 때로 터무니없는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을 알아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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