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후대에 가난은 물려주지 않아야

2006-06-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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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목회학박사)

가난에서 벗어나기란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가난은 나라님, 즉 임금도 구할 수 없다”란 말
이 있다. 가난하면 그 가난을 이겨 부자 중에서도 ‘큰 부자’가 되기란 하늘에 별 따기보다 더 힘들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큰 부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어쩌면 “하늘의 복을 타고 났기에 저렇지” 하는 마음도 든다.

태어날 때에 부자 집에서 태어난 사람은 그냥 부자로 살아갈 수 있다. 태어날 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사람은 부자가 되기 위해 피나는 고생과 노력을 해야만 한다. 정주영씨 같은 사람은 강원도 산골 가난한 농부의 집에서 태어났으나 그의 고생과 노력으로 그의 가문을 한국 최대의
부자 가문의 하나로 만들었다. 가난을 이긴 좋은 케이스다.
대대로 내려오며 수백 년간 권세와 부를 누렸던 부한 집 자손들은 피나는 고생을 하지 아니하여도 축적되어 내려온 부와 권세를 통해 부자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많다. 특히 이런 사람들이 그들의 부와 권세를 유지해 가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부자는 부자끼리, 권세 있는 자는 권세 있는 자들끼리 사돈을 맺는다는 것에도 있다. 피를 나눈 혈맹이 되어 서로 돕는 것이다. 부자 집 아들과 권세 있는 집 딸을 서로 결혼시켜 자손들은 물론 부모 대의 영역을 더 공고히, 확고히 해 나가는 것이다. 정략결혼이랄 수도 있지만 부한 자, 혹은 권세 있는 가문으로 계속 유지시키기 위한 고도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개인과 소유의 자유가 보장된 어느 나라에서건 가능한 일이다.


가난한 자와 부한 자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까. 이 기준 역시 보는 사람과 생각하는 사람 혹은 환경과 시대와 나라에 따라 각각 달라질 수 있다. 미국에서 가난한 사람은 아프리카에서는 부자일 경우가 있다. 반대로 아프리카에서는 부자라도 미국에서는 서민 측에 들어갈 수도 있다. 생활수준이 틀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자동차 한 대나 두 대 있다고 부자는 아니다. 집 한 채나 두 채 정도 있다면 약간 있는 자 측에 들어간다. 미국에서의 부자라면 수십 개의 방을 가진 대궐 같은 집에 사는 사람들이다. 특히 ‘큰 부자’라면 그런 집만 있는 게 아니다. 수영장, 테니스장, 경마장, 골프장까지 갖춘 부자라야 큰 부자일 수 있다. 지금까지 다녀본 나라들을 소개해 보면 중국, 멕시코, 캐나다,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몽골, 도미니카 등지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왔으니 한국과 미국은 다녀본 나라가 아니라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 나라다. 여행을 통해 느껴지고 있는 것은 세계적 기준으로 볼 때 ‘미국이 부자가 가장 많은 나라’란 것이다. 미국이 가장 물자가 풍부한 나라 같기에 그렇다.

중국 연변이나 몽골 같은 곳에서는 자동차 한 대만 있어도 그 곳의 부자다. 연변 같은 경우, 그 자동차로 영업을 하여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니 부자 측에 들어간다. 몽골에서는 집 한 채만 가져도 부자축에 속한다. 연변과 몽골 같은 그곳의 사정이 자동차 한 대 구입하거나 집 한 마
련하는 것은 그만큼 재력이 없으면 안 되겠기에 그렇다 미국은 아무리 못 살아도 아파트에 산다. 아파트에는 더운 물과 찬 물이 나온다. 또 열심히 돈을 모으면 집이나 아파트를 살 수 있다. 자동차는 필수요 발과 같다. 미국에서 자동차 있다고 자랑하면 정신병자라고 할 것이다. 중국 연변 사람의 자동차 소유 개념과 미국에 사는 사람의 자동차 소유개념이 이렇게 틀려진다. 그래도 미국서도 부자 되기란 쉽지가 않다.

부자 집에서 태어나 그 부를 상속받아 부자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가난을 이기고 부자가 된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보편적 개념으로 볼 때 가난은 가난을 낳고 부는 부를 낳는다. 가난한 자로 태어나 가난한 자로 남는 자가 있는 반면 부한 자들이 되는 자도 있다. 이들에겐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게으름과 부지런함이다.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안주해서는 안 된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가난’이란 것밖에 없다 해도 후대에 그 ‘가난’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는 정신을 차리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큰 부자는 못되어도 그냥 부자라도 되려면 현실을 바로 볼 줄 아는 똑똑함
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세상 돌아가는 것이 가난한 자들은 더 가난하게 하고 부한 자들은 더 부하게 하는 것 같다. 그래도 미국에 사는 사람들은 가난을 벗어날 희망은 많다. 기회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지 못한 부지만 후대에겐 물려주는 그런 사람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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