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헛점 많은 나와 너

2006-06-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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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선(베이사이드)

미국의 월마트가 한국에 자신만만하게 상륙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승승장구하리라던 꿈은 사라지고 이-마트에 흡수되는 아픔을 당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맛보지 못했던 수치를 당한 것이다. 그것은 실패였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은 좀더 획기적인 시장을 장악하려고 새상품을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내가 있는 유대계 회사에도 상담이 들어왔다. 6월 9일에 잠정적인 구매계약이 있기에 지난 6월 1일 1,000파운드나 되는 전시용 자재와 견본을 Fedex로 발송하여 서울에 도착하였다. 오늘 아침 이를 확인하던 중 오늘이 한국의 공휴일이기 때문에 통관을 못하고 있다고 한다. 약 40년 전 고국을 떠나와 살면서 내깐에는 한국의 국경일은 지금도 대부분 기억하는 편인데 오늘이 무슨 공휴일인지 전혀 생각이 안 난다. 급하게 뉴욕총영사관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국의 녹음이 나오면서 전화가 끊겼다고 한다. 새번호가 무엇이란 말도 없이. 이상하다 하면서 이번에는 워싱턴의 한국대사관에 전화를 걸었다.


어여쁜 목소리의 한국여자가 나와 참 반가웠다. 오늘을 물어보았다. 아무 날도 아니라고 하더니 잠깐 기다리란다. 알아보았더니 역시 아무 날도 아니라고 한다. 고맙다고 말하면서도 뭔가 석연치 않았다.
내가 왜 이 생각을 못했나 하면서 플러싱에 있는 한국계 은행에 전화를 돌렸다. 내 물음에 상냥하게 대답해 주면서 오늘이 한국에는 6월 6일이고 오늘이 바로 ‘현충일’이라고 시원스레 가르쳐 준다. 참 고마웠다.

오랫동안 막혔던 속이 다 뚫린 것 같이 후련했다.한국을 대표해서 워싱턴에 대사관을 차려놓고, 또 거기서 녹을 먹고 사는 한국인 대사관 직원은 본국의 공휴일 조차 모른다면 이것이 누구의 책임일까?
이민 와서 40년 동안 살면서 고국의 국경일도 제대로 기억 목하고 사는 나같은 이민 1세나, 하루가 멀게 희한한 일들만 벌어지고 있는 고국의 오늘이나, 이해 못할 발언 자주하는 노무현 대통령이나, 서로 물고 늘어지는 여,야당이나, 왜 위에서 아래까지 다 이 모양인지 모두가 수치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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