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6.25 56주년을 맞으면서

2006-06-2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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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논설위원>

북한의 남침으로 6.25 동란을 맞은 지 벌써 56년이 지났다. 한반도가 두 동강이 난 이후 남과 북의 실상은 어떻게 달라졌나? 한마디로 모든 면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남한은 해방 후 매년 보릿고개로 고통을 받다 세계 10위권 교역 국가로 부상한데 반해 북한은 인권이나 경제 등 모든 면에서 더 악화된 상황에 놓여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독재정권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김일성의 식량증산 목표로 산을 파헤쳐 밭을 만들고 나무를 다 베어 비가 조금만 와도 수해가 나고, 비가 안 오면 한해가 되어 농산물 경작의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너무나 많은 북한 주민들이 식량 부족으로 아사와 기아, 영양실조로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또 6.25 전쟁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어 국제사회에서 많이 도와주었다. 그러나 몇십년이 지난 오늘에도 북한은 지속적인 독재와 마약밀매, 달러위조, 핵무기 개발을 일삼아 국제사회로부터의 원조가 많이 끊어진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남과 북의 염원인 통일은 어떻게 될 것인가. 현재 주목받고 있는 탈북자 수는 비공식 통계에 의하면 30만명이나 되는데 사실상 이들은 제3국가나 한국, 미국에 와야 되지만 약 2,500만명에 이르는 북한의 남은 백성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국이 옛날 월남전 이후 보트 피플 방식으로 탈북자를 받아주어도 10~20년 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져 북한의 탈북자가 과연 대량으로 올 수 있을 것인지.
설령 온다고 할지라도 미국사회나 반세기 이상 떨어져 다른 문화권과 제도 속에서 살던 우리 200만명에 이르는 한인동포들이 따뜻하게 맞아줄 준비가 돼 있는가. 갑자기 통일이 된다고 가정할 때 외형적인 생활보다는 저들의 생활양식과 남한의 사고방식이나 정신적, 문화적, 제도적으로 통일이 가능한가. 또 된다고 하더라도 시간은 얼마나 걸릴 것인가.

북한의 위정자들이 동구라파 붕괴와 같이 민주 자본주의를 받아들일 것인가에 따라 북한은 앞으로 어떻게 처신할 것이며, 언제 마음의 문을 열고 세계열강과 유대관계를 맺고 교역을 하면서 국제무대에서 다른 국가들과 교류할 수 있을까. 통일을 앞두고 북한의 진정한 역할은 무엇보다 폐쇄된 문호를 활짝 열고 세계 대열에 동참하며 자국의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입장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북한의 현 체제는 아직도 변화되지 않고 여전히 폐쇄된 채 고립무원의 길을 걷고 있다. 이런 것을 보면 언제, 어떻게 통일이 될 것인가는 아직도 요원한 상황이다. 이것은 6.25사변 56년을 맞는 우리들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북한과의 관계는 사실상 우리 민족의 입장에선 포기할 수도, 성급하게 서두를 수도 없는 문제이다. 또 군사력을 동원해서 무력으로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우리와 가까우면서도 불편한 관계에 있는 중국, 미국, 일본 같은 나라들이 왜 국제적으로 그렇게 한반도에 관심이 많은 것일까. 지형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우리는 이들에게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이다. 언제가 될런지는 모르나 남북한이 통일될 경우 지금까지의 이들 네 나라의 관심이 한반도에서 훌훌 털고 우리에 대한 관심을 끌 것인가, 그것도 숙제다.

한국에서는 심심하면 젊은이들이 미군철수를 외치지만 미군이 철수하면 과연 누가 남한을 이제까지처럼 사수해줄 것인가. 우리는 미국에 와 있기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를 끊을 수도 없는 입장이다. 때문에 자주독립이니 뭐니 하지만 우리는 미국을 떠날 수도, 중국, 일본을 떠나서 완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형적으로나 정치적인 요인으로 과연 이들 네 나라의 모든 협조, 지원을 무시할 수 있을 것인가.

미국에 와 있는 우리로서는 이 나라가 좋다고 와서는 이 나라를 비난하고 어디로 갈 것인가. 이래저래 우리에게는 풀기가 어려운 숙제이다. 또 6자회담은 언제 결실을 맺어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자유와 민주주의 회복과 굶주림의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이것은 돈을 얼마 집어준다고 될 문제는 아닌 것이다. 그들이 스스로를 개방하고 자립할 수 있을 때 남북한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통일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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