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아쉬움을 남기는 교육연수...

2006-06-2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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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취재1부 차장)

뉴욕은 초·중·고교를 포함한 공립학교 뿐 아니라 시립대학(CUNY)이나 주립대학(SUNY)도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교육 시스템을 갖춘 곳이다. 그러다보니 뉴욕의 교육체계를 살펴보기 위해 타주는 물론, 해외에서도 많은 교육 관계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방문하는 대표적인 지역이기도 하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몇 년간 시 또는 도 단위로 여러 교육자들이 단체로 뉴욕의 교육현장을 방문하고 돌아갔고 최근에도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들이 한 차례 다녀간 바 있다.

한국의 교육관계자들이 뉴욕을 방문할 때면 늘 학군 사무실이나 학교를 방문해 학군장이나 교장 등 고위 교육공무원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기 마련이다. 하지만 ‘테마 교육연수’라는 이름으로 20여명으로 이루어진 그룹이 한번 씩 다녀갈 때마다 ‘정말 이들이 무엇을 얻고자 머나먼 이곳까지 찾아 왔을까?’라는 궁금증을 떨쳐 버리기 힘든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뉴욕의 고위 교육공무원들과 어렵게 마련된 자리이건만 한국에서 온 교육공무원들이 던지는 질문은 대부분 너무나 기초적인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보다 핵심 있는 질문이 무엇보다 항상 아쉬웠다.

진정으로 교육연수를 목적으로 삼았다면 방문에 앞서 방문지에 대한 기초적인 사전 지식은 미리 알아보고 오는 것이 기본일진대 소중한 시간을 쓸데없는 질문으로 낭비하는 안타까운 광경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요즘처럼 웹사이트를 통해 방대한 정보를 단시간에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살면서도 방문지에 대한 기초 학습이나 정보 수집 없이 무작정 연수를 나섰다는 것이 무모해 보일 정도였다.


때로는 교육연수가 주목적이라기보다는 해외 단체 관광을 보기 좋게 포장하기 위해 연수라는 이름을 가져다 붙인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이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진 뉴욕시 고위 교육공무원들의 얼굴 표정을 통해서도 옅은 한숨을 읽을 수 있는 순간들도 많았다. 물론, 연수라고 해서 무조건 학구적인 일정으로 빡빡하게 짜여 질 필요도 없고 책에서 얻지 못하는 것들을 관광을 통해 얻을 수도 있다. 또한 그간 수고했으니 머리도 식힐 겸 관광도 즐기라는 차원에서 배려한 연수일수도 있겠지만 남들이 쉽게 갖지 못한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지 못하는 모습은 두고두고 아쉬움을 남긴다.

준비된 연수를 통해 이왕 어려운 발걸음을 했으니 무엇 하나라도 얻고 돌아가겠다는 욕심(?)을 조금 더 부린다 해도 이를 지나치다고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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