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일본의 교육 지향

2006-06-2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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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센트럴 커네티컷주립대학교 경제학교수)

일본의 오시니 노리미쓰는 1947년에 제정된 ‘교육기본법’을 개정하자는 제안의 기사를 보도하였다. 지금 일본에서는 1946년에 선포된 일본 헌법, 특히 전쟁을 영원히 포기하고 평화를 지향한다는 제 9조의 개헌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것은 모두가 맥아더장군을 수반으로 한 미 군정
시대에 소위 외압(外壓)으로 시행된 법이며, 지금의 일본 현실에 맞지 않다는 국수주의(國粹主義)자들의 해석이다.

이러한 개정안은 여당인 민자당의 보수세력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더욱 표면화 된 것은 역대의 일본 수상들이 계속 ‘야스구니신사(神社)’에 가서 참배하는 사실에도 여실히 반영되고 있다. 이 신사에는 세계 2차대전을 주도한 일본의 A급 전범자도 포함되어 있으며 중국과 한국의 반감을 사고 있다. 현행 헌법에 정치와 종교가 엄연히 분리되어 있는 사실을 무시하는 행위이다.


일본의 교육정책에 초점을 맞추어 고찰하면,도쿄에 새로 설립된 공립학교 교사 양성학교에서 최근 선생 후보자 22명에게 “이기주의적이고
자기중심에 사로잡혀 있다”라고 경고하였다. 교장은 어린이들을 가르치자면 전후 60년 동안 잃어버린 일본 본연의 가치를 다시 찾아야 된다고 강조하였다. 구체적으로 미 군정이 일본에 강요한 것은 개성중심적인 교육이었기 때문에 애국적인 생각은 망각되고, 동시에 청소년들의 범죄만 증가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지금 시급한 것은 전쟁 이전에 세워진 도덕, 전통, 애국주의를 다시 부활시키고, 학교 운영과 교육방침 등은 모두 정치가에 맡겨야 된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개성의 신장, 창조력의 장려, 국제적 경쟁에서 이기는 여러가지 방법 등이 세계화 시대에 일본이 나아가야 되는 방도
라고 강조했었고, 그 성과를 자랑했었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일본의 정치가들과 일부 학부모들은 이런 과정에서 공동체의 상실, 가치의 소멸, 비협동적인 사고방식, 시험성적의 저하와 버릇 없는 세대를 비난하기 시작하였다. 심지어 토요일의 학업을 폐지한 것도 잘못이라고 지적한
다.

뿐만 아니라 보수세력이 강조하고 있는 것은 지금 사용되고 있는 많은 교과서가 한결같이 지난 날 일본의 군국주의를 비하하고 있지만 미 군정의 외압을 제거하여야 된다는 주장이다. 지난 60년간 일본의 교육은 자유주의와 보수주의를 추종하는 교사들의 대립으로 혼동을 야기시켰다
고 분석한다. 기본교육법의 개정이 바로 전쟁 직후 미 군정 하에 제정된 모든 법이나 제도를 고칠 수 있는 첩경이라고 믿고 있다. 이제는 보수세력의 득세로 교육지향이 변화를 시작하였다.예를 들면, 지난 3년 동안 도쿄에서만 350명의 선생을 비애국적이라고 징계하였다. 이유인 즉,
국민의례 때에 국가를 부르지 않았고, 국기에 경의도 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기네 국가나 국기가 일본이 침략을 일삼은 군국주의의 상징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보수파를 대표하고 있는 사람이 ‘이시하라 신다로’ 현 도쿄 지사이다. 그는 외국에 대해서 일본이 용감하게 ‘No’라고 대응해야 된다는 주장과 이에 관한 책도 많이 출간하였다. 모두 읽어보았다. 그는 난징 대학살까지 부인하는 인물이다. 어쨌든 그와 그를 따르는 보수파들은 자유주의 추종자들의 영향을 제거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1998년에 교사들을 비롯하여 교육위원회의 권한까지 제약하였다.

미국에서는 지방 교육위원회는 선거에 의하여 위원을 선출한다. 반면에 일본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임명하게 되어 있다. 전자는 독립된 정책을 결정하지만 후자는 시장이나 지사의 의도를 따르는 수 밖에 없다.
지난 60년 동안 민주주의 제도를 시행해 온 일본이 이웃 나라의 충고는 아랑곳 없고 점점 더 보수적이요, ‘섬나라 근성’을 재정립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대세를 무시하고, 일부 보수 세력이 교육의 퇴보와 복고주의(復古主義)를 지향한다면 그 귀추는 분명하다. 이것은 마치 누에
가 실을 토하여 고치를 짓고 그 속에서 고립을 자청하면서 대외무역만은 세계화를 부르짖는 이율배반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만 같다. 세계 제 2의 경제대국이 왜 이런 교육방식을 지향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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