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큰 마음과 작은 마음

2006-06-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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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목회학박사)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묘하다. 마음만 다스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불경 ‘아함경’에 보면 “사람의 마음이란 크게 쓰면 하늘을 덮고도 남지만 작게 쓰면 바늘 하나 꽂을 데가 없다”고 말한다. 참으로 그렇다. 사람의 마음이란 이렇게 변화무쌍하다. 너그러울 때는 한 없이 너그럽다가도 화가 날 때는 폭풍이 몰아치듯 변하는 게 사람의 마음인 것 같다.
사람은 요지경을 안고 산다. 그 요지경이란 마음이다. 요지경(瑤池鏡)이란 “확대경을 장치하여 놓고 그 속의 여러 가지 재미있는 그림을 돌리면서 구경하는 장난감”이다. 다른 말로 만화경이라고도 한다. 만화경은 “몇 개의 거울, 색유리 조각들을 원통 속에 다각형으로 맞춰 놓고 돌
리면서 들여다보면 온갖 형체가 대칭적으로 나타나게 되는 장난감”이다.
만화경을 이리 저리 돌리면 그 안에서 보여 지는 대칭된 모양들은 한 번도 똑 같은 모양이 나오질 않는다. 매 번 틀린다. 사람의 마음도 이와 같다. 단 한 순간도 동일한 마음이 계속될 수 없는 것 또한 마음인 것 같다. 수시로 변하는 것이 마음이다. 봄여름 가을 겨울, 철 따라 변하는 것이 아니요 순간순간 변하는 것이 마음인 것을 어찌하랴.

이렇듯 변화무쌍한 마음이지만 마음이 없다면 사람은 존재의 이유와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세상의 모든 희비애락(喜悲哀樂)이 마음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마음이 허락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게 용기를 주는 곳 또한 마음이다. 마음이 “이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 결정하면 그 결정을 따라 몸이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 그러니 마음은 사람 몸의 본부라고도 할 수 있다.
젊은 총각과 처녀가 연애를 한다. 연애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상대방의 마음을 빼앗아 버리는 것이다. 상대방의 마음만 빼앗아 버리면 그 때는 승리다. 그런데 그 마음을 빼앗기가 그렇게 쉽지가 않다. 마음만 빼앗으면 그 때부터는 상대방을 장님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마음을 빼앗으려면 마음을 먼저 주어야만 한다. 여기에 포인트가 있다.


보이지도 않는 마음을 어떻게 줄까. 참으로 난감하다. 그러나 마음을 보일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있다. 관심이다. 관심은 행동을 유발한다. 유발된 행동을 통해 상대방으로 하여금 마음을 주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하는 방법이다. 행동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전화를 할 수도 있다. 편지를 줄 수도 있다. 선물을 줄 수도 있다. 마음을 주는 간접 방법이다. 성경에 보면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가 성을 빼앗는 자보다도 낫다”란 말이 나온다. 이 말의 뜻은 무얼까. 어떻게 성을 빼앗는 장군보다도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촌부가 더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이 뜻은, 그만큼 수시로 변하는 마음 다스리기가 한 성을 빼앗은 것보다도 더 어
렵다고 하는 뜻일 게다.

마음만 다스릴 수 있다면! 어떻게 해야 마음을 고정시켜 놓을 수 있을까. 없다. 마음은 고정시킬 수 없다. 만일에 마음을 고정시켜 버린다면 사는 재미는 뚝 떨어질 것 같다. 왜냐하면 변화되는 마음을 잘 다스려 나가는 게 삶의 묘미일 수 있기에 그렇다. 고정된 마음과 고정된 마음이 서로 만나면 애증과 갈등은 없겠지만 즐거움 또한 없을 것 같다.
마음에는 강한 마음과 부드러운 마음이 있다. 강한 마음은 강직한 마음이다. 부드러운 마음은 너그러운 마음이다. 강직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불의를 보면 참지를 못한다. 잘못된 것을 보고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잘 참아나간다. 그냥 “그럴 수도 있지 뭐!”하며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둘 다 장단점은 있겠다. 강직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재미야 별로 없겠지만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세상을 지배하며 살아가려 할 것 같다. 그러나 한번, 위기를 맞게 되면 그 위기를 탈출할 때, 세상과의 타협을 모르기에 불리할 수 도 있겠다. 반면 부드러운 마음의 소유자들은 약해보이지만 그런대로 세상을 무난하게, 즐겁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의 마음은 사람을 존재하게 하는 바탕이다. 사람의 가치를 나타나게 해 주는 그릇이다. 마음이 큰 사람은 아함경의 말처럼 온 우주를 자신의 품에 품을 수 있다. 마음이 작은 자는 바늘 하나 꽂을 자리를 찾을 수 없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큰마음과 작은 마음이 자신의 한 마음에 함께 들어있다는 사실이다. 한 마음 속의 큰마음과 작은 마음. 어떻게 작은 마음을 큰마음으로 바꾸어 살아갈 수 있을까. 숙제다. 변화무쌍하지만 희비애락을 일구어내는 마음. 강하고도 부드러운 마음. 보이지 아니하는 마음의 세계는 언제나 요지경을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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