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월드컵 응원과 시민의식

2006-06-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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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취재1부 차장대우)

지구촌 65억 대 축제 월드컵이 시작됐다. 대륙별 지역 예선을 통과한 세계 32개국 축구 대표선수들이 월드컵 개최국인 독일에 모여 우승을 향한 물러설 수 없는 결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룩한 한국 대표 팀은 지난 13일 토고와의 16강 진출을 위한 G조 1차전을 승리로 이끌어 새로운 신화창조의 첫발을 내디뎠다. 특히 이날 한국이 거둔 승리는 한국의 월드컵 원정 경기 첫 승으로 한국이 결코 ‘안방 호랑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린 값진 쾌거였다. 또한 전반 선제골 허용에도 불구하고 착실히 경기를 전개, 후반 역전 드라마를 이끌어 낸 것도 큰 성과였다. 특히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 발트스타디움을 붉게 물들인 붉은 악마들의 함성과 조직적인 응원은 이곳 응원전에 동참한 이민사회 한인 2세들에게 한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붉은 악마의 감동적인 응원은 4년 전과 변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붉은악마 응원단은 북과 꽹과리 등으로 무장을 한 채 일사불란하게 응원을 주도, 한국 팀의 승리를 측면 지원했다. 한인들의 응원전은 뉴욕에서도 독일 현지 못지않게 뜨거웠다. 뉴욕대한체육회가 주최하고 뉴욕한인축구협회가 주관한 합동응원전이 열린 플러싱 금강산 식당과 대동연회장, 노던 160가 불가마 예정지에는 경기 시작 2시간 전인 아침 7시부터 붉은 색 복장을 한 응원단들이 몰려들기 시작, 노던블러바드 일대를 빨갛게 물들였다. 특히 대동연회장에는 ‘붉은 악녀 응원단’이 격동적인 댄스로 응원을 주도했으며 금강산 식당과 노던 160가 불가마 예정지에는 북과 징으로 무장한 응원단이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시종 응원을 주도했다. 이날 응원전에 참가한 한인들은 둥근 축구공 하나로 하나가 됐다.

2:1 승리가 확정되고 승리의 환호가 끝날 무렵,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응원에 참가 했던 한인들이 주변정리에 나섰다. 깔고 앉았던 신문과 응원하다 터진 막대 풍선, 음료수 캔 등 널려있던 쓰레기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내 빗자루와 진공청소기가 등장, 남은 먼지마저 깨끗하게 치
워졌다. 경기종료 5분여 만에 응원전이 열렸던 장소들은 경기 전 모습을 되찾았다.멋진 시민의식이었다. 한국 팀의 선전과 한인사회의 단합을 위해 응원 장소를 무상으로 제공한 이들과 이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경기직후 뒷정리를 깨끗이 한 응원단으로 한국 팀의 승패를 떠나 한인 모두는 승자가 됐다. 18일과 23일에 이어 한국이 16강에 진출하면 그 이후에도 경기는 계속된다. 매 응원전마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 민도 높은 한인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응원단이 되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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