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하이브리드 카

2006-06-1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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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교육가)

‘공기 정화’를 표방하는 하이브리드 버스가 지나간다. 주변의 공기가 맑아지는 착각을 느끼며 한 번 타보고 싶었다. 기회가 와서 타 본 승차감은 다른 버스들과 차이가 없었다. 당연한 이야기다. 하이브리드 버스는 개스와 전기로 달린다는 이야기니까 승차감과는 관계가 없다. 즉 개
솔린 디젤 엔진에 전기 모터를 단 차이며 배출개스가 일반 차량보다 40% 이상 적고, 연비가 개솔린 차에 비해 30~50% 좋은 차세대 환경 차라고 선전한다. 그러나 전 차량을 하이브리드로 바꾸겠다는 혼다가 멈칫하고 있는 것은 연비가 좋지 않고 가격도 비싸서 시장성이 떨어지는 까닭
이라고 전한다. 하여튼 하나의 전환기에 이른 것이 틀림 없다.
학교 내에서는 힐리스 윌(Heelys Wheel) 운동화를 신은 어린 학생이 복도를 신나게 달리고 있어서 그것을 말리는 일이 힘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리는 사람 조차 그것을 신고 한 번 달리고 싶어진다. 힐리스 윌은 운동화와 스케이트의 혼합 작품인 것이다. 어떤 운동화점에 알아보니 예약을 하고 기다려야 살 수 있다고 한다.
요즘의 신종 제품 광고를 보면 복합 기능을 가진 제품들이 소개된다. 그 예로 인터넷 게임·디지털 카메라·TV 등이 하나로 된 제품이 등장한다. 주방용으로 전기냄비 + 튀김기, 믹서 + 녹즙기, 전기오븐 + 토스터 등 만능 조리기구들이 활개를 치며 가전제품 ‘올인원’ 열풍을 조성
하고 있다.


문화의 면을 보더라도 영화와 연극을 하나로 묶은 ‘록키 호러 픽처 쇼’가 등장하여 영화관을 축제장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또 대중음악인 팝과 오페라를 혼합한 팝페라(Popera)로 세계적인 스타를 탄생시켰다고 한다. 점차로 팝가수와 성악가 장르 구분이 흐려지는 경향에 있으며 이를
세인들이 즐긴다.우리가 생활하는 주택도 고층 아파트에 온돌이 마련되고, 음식에도 콤보나 퓨전이라는 섞인 재료, 조리 방법이나 꾸밈으로 새로운 양상을 띤 것이 나타나고 있다. 의상을 보아도 여러가지 패션이 뒤섞인 것이 신선함을 주는 세태가 되었다. 그 것들이 튀는 세상이다.

얼마 전에 읽은 임철순 칼럼에 ‘문과 이과 벽 허물기’가 있었다. 논지는 ‘무지·편견 부르는 관습적 구분을 없애고, 상호 보완을 넘어 융합시대’로 가야 하겠다는 것이다. 시대적 흐름을 포착한 시각이라고 본다.
의학계에서도 변화를 볼 수 있다. 양의사와 한의사를 겸하거나, 서로 힘을 합하여 환자를 돕는 경향을 볼 수 있다. 서로의 한계를 깨닫고, 협력하는 방향을 취한 것이고, 환자로서는 환영할만한 일이며 병 치료에 효과를 올리기 바란다.

50년대 말, 미국에 왔을 때 필자는 ‘미국은 강철이다’라는 글을 쓴 기억이 있다. 강철은 무쇠를 열처리하여 강도와 다른 힘에 의해서 파괴하기 어려운 성질, 즉 인성을 높인 강쇠이다. 그 당시 필자는 세상에서 가장 강하다고 하는 강철과 같은 미국을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로 다양한 인종이 모였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지금도 그 생각에 변화는 없으나 ‘강철’보다 강한 물질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이런 세태의 변화에 적응하면서 생활을 해야 한다. 우선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순혈’ ‘단일민족’도 다시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하겠고, ‘한 우물만 파라’고 하는 속담도 유연하게 생각하여 판단해야 할 것 같다. 그 이유는 고정 관념에 묶이면 사고의 영역이 좁아지고,
자승자박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어느 방면에 장인(匠人)이 되거나, 최고의 학식을 가지려면 일생에 한 분야만 취하더라도 시간의 제약을 받는다. 설혹 한 우물만 파더라도 그 진리를 찾아내기가 힘들다. 하지만 보편적인 생활을 하려면 멀티플레이어가 될 수 밖에 없다. 많은 사
물에 접하면서 판단력을 높이며 기술력을 향상시켜야 매일의 생활이 즐겁게 된다.

생활용품 선택을 할 때도 ‘한 가지 일만 전문으로 하는 것이 여러가지를 겸하는 것보다 능력이 좋다’는 고정관념이 바뀔 때가 되었다. 한 가지 일만 할 수 있는 기계를 다섯 개 늘어놓는 것보다 여러가지 능력을 갖춘 하나의 기계를 가지는 편이 장소도 잡지 않고 편리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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