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모마에 가면...

2006-06-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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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혜(취재2부 부장)

맨하탄 53가에 있는 모마(MoMA:뉴욕현대미술관)는 2년전 개보수 확장공사를 통해 새로 단장한 후 20달러의 비싼 관람료에도 불구하고 평일에도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고 주말에는 많을 때는 하루 1만5,000명이 다녀가는 관광명소다.

모마는 한국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뉴욕을 방문하면 한번은 꼭 가봐야 하는 곳으로 입소문이 나 한국인 관람객들이 부쩍 늘고 있는 추세다.
이곳에는 관람객들에게 전시 작품들을 6개국 언어로 설명해주는 오디오 장치가 무료 제공되고 있다. 이 오디오 서비스로 설명을 들으면 작품 감상이 더욱 재미있고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작품을 모르면 대충 보기 마련인데 오디오 장치를 귀에 댄 관람객들은 해당언어 서비스를 받으며 작품을 천천히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모마의 오디오 서비스 언어는 영어·프랑스어·독일어·이탈리아어·스페인어· 일본어다. 또한 모마 1층에는 미술관 안내서가 이들 6개 언어로 번역, 비치돼 있다.


미술관 관계자에 따르면 모마측이 관람객 수와 관람객들의 요구사항 등을 토대로 조사, 위의 6개 언어를 선정해 블룸버그 뉴욕시장의 예산 지원을 받아 오디오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비싼 관람료를 지불하고 들어와 후다닥 전시장을 벗어나는 사람들의 모습이 자주 보이는데 대부분 한국인 관람객들이라 하니 한번 쯤 생각해볼 일이다.

모마 관계자는 “특히 한국인 관광객들은 모마를 다녀간다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작품은 제대로 감상 못하고 전시장을 슬쩍 둘러보고만 가는데 이를 보면 속상하고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현대 미술 작품들이다 보니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들이 있기에 제대로 감상하기 힘들 것이다.만약 한국어 통역 서비스가 제공되었더라면 더 많은 한국인들이 모마를 다녀갔을 터인데...
우리와 같은 아시아계인 일본인 관람객들은 뉴욕에서 자국의 언어로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본다. 똑같은 관람료를 내고도 우리는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관람객이 누려야 할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면 그것은 우리 개개인의 소극적인 자세 때문이라고 본다. 미술관 회원이 되고 사전에 무엇이 필요한 지 요구사항을 알리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면 사정은 달라졌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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