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2006-06-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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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논설위원)

한인들은 ‘칭찬’에 좀 인색한 편이다. 가정에서 같이 사는 부부사이도 그렇고 부모와 자식관계, 이웃과 친척 간에도 칭찬보다는 오히려 상대를 질책하고 ‘잘못했다’ 나무라는 일이 더 많다. 이것은 결국 우리 사회생활에까지 연결돼 사람들이 서로 만나도 격려와 칭찬 대신 조금
만 잘못해도 이해와 용서, 그리고 포용보다는 미워하고 증오하는 쪽으로 발전한다.

칭찬에 인색한 사회 분위기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게 되어 가정과 사회를 건전하게 만들지 못한다. 칭찬이 결여된 가정과 직장, 사회는 무관심과 부정적인 언어들로 가득 차 긍정적인 분위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자녀들도 칭찬을 받는 아이들과 칭찬이 결여돼 자라는 아이들은 결과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 칭찬을 자주 받는 아이들은 사고와 성격이 긍정적이 되어 바람직한 성인으로 크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매사가 불만이고 못마땅해서 하는 일마다 부정적인 방향으로 사고하고 행동한다.


결과적으로 칭찬을 많이 받으면서 자란 아이들은 대부분 성공적인 삶을 살지만 칭찬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은 성격적으로 모가 나서 실패하는 인생을 살기 쉽다. 이런 유형의 예들은 우리 주위에서 많이 본다.
베스트셀러로 세인들의 관심을 모았던 켄 블랜차드(켄 블랜차드사 회장)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저서는 칭찬의 효과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말해주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고래를 훈련시키는 조련사와 만나 이야기하면서 쓴 글인데 물고기인 돌고래도 칭찬하면 불가능을
가능으로 이끌 수 있다는 내용을 다룬 것이다. 하물며 물고기도 그런데 만물의 영장인 사람의 경우 칭찬을 많이 해주면 아이고 어른이고 성공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책의 내용은 조련사가 물속에 밧줄을 쳐놓고 고래로 하여금 뛰어넘도록 훈련시키는 것인데 만일 고래가 이를 해내지 못할 경우 야단은 절대 안치지만 대신 무시해버리고 밧줄을 넘게 되면 쓰다듬어 주면서 ‘잘했다’ 칭찬해주는 것이다. 이 훈련에서 조련사는 고래가 해낼 때 마다
밧줄의 높이를 조금씩 수면에서 올려 고래가 뛰어넘도록 하는데 고래가 조련사로부터 칭찬을 받으면 밧줄의 높이가 점점 높아져도 이를 거뜬히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물위에 밧줄을 쳐놔도 그 줄을 뛰어넘는다는 것. 거의 묘기에 가까울 만큼 놀라운 결과를 창출해낸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은 칭찬이나 격려 밖에 없다. 아이고 어른이고 잘하면 ‘잘했다’ 칭찬하고 분발하도록 격려해줄 경우 고래가 창출해낸 묘기이상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칭찬을 받고 인정을 받고 싶
은 마음이 있다. 나의 존재와 능력을 인정받고 싶고, 나의 인격을 인정받고 싶어 한다. 남에게 칭찬을 받으면 행복을 느끼고 기쁨을 느끼고 자신감을 갖게 된다. 그래서 칭찬은 교육학적으로나 사회적인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요소로 강조된다. 칭찬과 인정받음을 통해서 자신감과 의욕
과 자신에 대한 긍지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축구 대표팀에 부임,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아드보카트 감독에 대해 메스컴은 그의 리더쉽이 ‘칭찬’에 있다고 분석했다. “한포기의 풀이 싱싱하게 자라려면 따스한 햇볕이 필요하듯, 한 인간이 건전하게 성장하고 생활하려면 ‘칭찬’이라는 햇볕이 필요하다”고 한 어느 저자의 말도 있다.

한국의 한 중학교는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칭찬 프로그램을 실시해 학생들의 인성함양을 돕고 있다고 한다. 칭찬 프로그램은 학생이 세운 인생의 목표를 ‘칭찬하기’파일로 제작, 교사가 학생의 목표성취 과정에 따라 격려해 목표성취 의욕, 자신감, 자주성 등을 북돋워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 실시 후 인성검사를 해보니 학생들의 긍정적인 자아상이 5%가 증가했다고 한다.
반면 최근 공개된 각종 보고서에서 미 대학생들이 하루 평균 3명꼴로 자살하거나 5명중 1명꼴이 자해를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요인은 학업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심한 경쟁, 그리고 이성간의 문제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녀들에게 칭찬 보다는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며 늘 야단만 친 것은 아닌지... 돌고래의 묘기는 칭찬에 인색한 우리 모두에게 칭찬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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