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대미술 작품을 구입하려는 분들에게

2006-06-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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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형(큐레이터)

현대미술의 이해는 고집 센 물고기처럼 잡히질 않는다. 이리저리 헤엄치는 모양새도 불규칙하고, 접근할라 치면 어느새 깊은 물속으로 숨어버린다. 게다가 종류도 가지각색이며 어떤 놈이 월척이고 어떤 놈이 피라미인지 구별 조차 쉽지 않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현대미술시장의
급류 또한 월척 낚시를 방해한다. 어떤 이는 예뻐서, 어떤 이는 돈이 된다니까 물속에 뛰어드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어떤 것을 낚아야 할지 꼼꼼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초보라면 전문가(화상, 큐레이터)의 도움을 청하고 인터넷이나 미술잡지 등을 통해 어떤 작품이 오리지널한 것인지 확인하고 미술사와 미술시장 관련 서적도 탐독하고 전시장과 아트페어를 통해 실제 작품을 자주 접해봐야 옥석을 가릴 수 있다. 잡기 쉽지 않은 만큼 현대미술은 재미있고 매력적이다.미술 작품은 친구와 같다. 오래 두고 옆에서 지켜볼수록 좋은 것을 골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감할 수 있는 작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2004년 여름 필자는 서울 사간동의 한 카페 갤러리에서 동해안 대진의 새벽 바다풍경을 찍은 사진 작품을 만났다. 이슬차를 마시며 친구와 이야기하는 내내 두 눈을 작품에서 뗄 수가 없었다.“처음부터 끝까지 아날로그를 고집하는 작가는, 원하는 색의 풍경이 카메라에 담길 때까지 몇
일이고 차가운 새벽바람과 맞선다”고 큐레이터가 설명했다. 카페 갤러리에서 나오면서 차 값 대신 작품 값을 지불하였다. 130 X 160cm 의 새벽바다 풍경이 필자의 침대 맞은편 벽을 가득 채웠다. 대진 앞바다의 새벽 공기를 느끼며 매일 아침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으니 한달 월급 투자 치고는 호사하고 있는 셈이다.

“작품과 교감하면 영혼이 살찐다”는 말이 허튼 소리가 아니었다.
작품을 사는 방법은 크게 갤러리, 아트페어, 옥션 3가지가 있다. 필자는 갤러리와 아트페어에 관한 이야기를 하겠다. 먼저 갤러리를 추천한다. 지속적으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갤러리를 친구로 둘 수 있다면 좀 더 깊은 물속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기왕이면 전시 오픈행사를 놓치지 말아라. 갤러리 오프닝은 초대장이 필요 없고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 환영한다. 사라고 강요하는 점원 대신 작품세계를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큐레이터와 작가가 있다. 책이나 잡지가 아닌 현장에서 이들과 대화하며 작품에 접근하는 다양한 방법을 배울 수 있어 좋고, 갤러리와의 유대관계도 만들 수 있어 좋다.하나의 작품 속에는 한달, 두달, 혹은 일년 이상의 고뇌의 시간, 기호와 상징, 알레고리, 미술사, 개인의 경험이 함축되어 있다. 그래서 직관에 의한 감상과 더불어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가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큐레이터, 작가와의 대화는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아트 페어는 어떤가? 아트바젤(스위스), 아르코(스페인), 콜론(독일), 아모리, 마이애미, 시카고(미국), KIAF(한국), CIGE(중국) 등의 국제 아트페어는 전세계 미술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이다.
일년 내내 전시장을 찾아다니는 것 보다 2~3개의 아트페어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을 추천한다. 미술 시장의 동향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월척을 낚기 전에 물을 알아야 하지 않는가? 휴일이나 주말, 행사 캘린더를 확인하고 갤러리나 아트페어로 가족이 나들이를 가는 것은 어떨까? 분명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월척은 잡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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