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신질환은 금기 아니다

2006-06-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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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옥(목사/정신과의사)

치욕, 오명의 뜻을 가진 영어 단어가 있다. ‘Stigma(스티그마)’로 발음되는 이 단어는 동양인, 특히 한인에게는 부끄럽고 가슴 아프고 싫은 단어이다. 이 단어가 쓰이는 곳의 하나가 정신질환으로 불명예와 수치, “우리 집안에는 그런 사람이 없는” 숨겨야 하는 병으로 생각되는, 체면이 깎이는 질병이다.

정신질환은 어느 질병같이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정신세계에서 일어나는 질환으로 몸과 마음, 영혼까지 황폐하게 하는 질병이다. 망상, 환청으로 옷을 벗고 소리 지르며 이상한 행동을 하며 난폭한 행동을 하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것만이 정신질환이 아니다. 이제는 이런 모습이 거의 없는데도 정신질환 하면 수십년 전에나 있었던 이런 모습을 상상한다.
우울증과 불안신경증, 조울증도 정신질환이다.정신질환은 살아가는 동안에 받은 통제할 수 없는 고통이나 갈등, 부부, 가정생활, 이민생활, 직장생활에서 오는 갈등을 이성적으로 이겨낼 수 없을 때 생기는 마음의 병이다. 그 갈등은 마치 작은 시냇물이 흐르다가 물이 홍수가 되어 흐를 때 시냇물이 감당못하여 무너지는 뚝과 같은 것이다.


누구에게나 감당할 수 있는 스트레스가 있고, 당연히 감당해야 하나 마음의 충격이나 갈등, 미움이나 증오 등이 본인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질병으로 발달한다. 불안해지고 안절부절해 지거나 잠을 못 잔다든지, 식사를 못한다든지, 소화를 시키지 못하기도 한다.
또는 환청이나 망상 증상이 생겨 나를 욕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남들이 꼭 나에 대하여 말하는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이 나와 연관된 것 같기도 하는 피해망상 등의 망상이나 환청이 발생하여 모르는 사람에게 “왜 나에 대하여 말했느냐” “왜 욕을 했냐”고 항의를 하기도 한다든지, 느닷없이 난폭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정신병을 가진 사람은 정서에 장애가 오고 현실감이 없어지고 판단력, 통찰력이 없어진다. 공부 잘하던 자녀들이 성적이 떨어지기도 하고 사회성이 좋던 사람이 사회성이 떨어져 집에서 나가지 않기도 한다.정신질환자들은 망상이나 환청에 시달리고 고통을 받는다. 나를 욕하는 음성으로 괴롭다. 종교 망상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정신질환을 앓는 가족으로 인하여 숨기고 창피스러워 할 것이 아니다. 속히 병원에 데리고 가야하는 데도 숨기고 정신과 치료를 추천하면 화를 낸다.최근에는 정신질환 치료약이 수년 전과 달리 좋은 약들이 개발되어 예전같이 부작용도 적고, 일반 질병과 같이 정신과 의사의 바른 진단과 치료를 받으며 의사의 지시대로 약을 먹으면 학업을 계속하고 직장도 다닐 수 있고 부부, 가정생활도 해 나갈 수 있다.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으면 증상은 호전된다.

정신질환자가 집안에 있다는 창피함과 수치, 체면을 잃는다는 가족들의 비뚤어진 사고, 따돌림에 대한 두려움이 치료의 기회를 놓치게 되고 치료가 안 된 병은 오래 되어 만성이 되면 그 때는 이미 늦은 것이 될 수 있다. 정신질환은 타부(금기)가 아니다.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는 고통받고 괴롭다. 의심하기 싫은데 의심을 하게 되는 피해망상증 환자는 약을 먹으면 망상이 없어진다.
정신병에 대한 편견으로 충분히 치료될 수 있는 병이 시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어느 분이 정신질환자를 가진 가족에게 “정신과 의사에게서 치료를 받기를 추천하였다”고 가족들의 분노와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가슴 아픈 일이다.

한인들의 수치와 체면 문화가 치료하면 나을 수 있는 정신질환자의 치료를 늦추고 있다. 봄, 가을 같은 변절기에는 정신질환의 발생이 많아지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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