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다른 것일까, 틀린 것일까

2006-05-3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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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민(퀸즈 차일드가이던스센터 아시안클리닉 정신상담 소셜워커)

결혼생활의 위기에 직면한 부부들을 상담하다 보면 서로간의 성격차이에서 오는 어려움을 호소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실제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부부간의 성격차이로 인해 사랑이 식어
가고, 대화가 단절되어가며, 더 나아가 서로를 증오하며 결혼생활을 힘겹게 이어가는 부부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성격차이는 한국이나 미국에서 이혼이나 별거를 결정하는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성격이란 무엇일까? 영어로 성격을 ‘Personality’라고 하는데 이 단어는 한 개인을 가리키는 ‘Person’에서 파생되었다. 구체적으로 웹스터 메리암 의학사전에 의하면, 성격을 ‘타인과의 관계에서 한 개인을 특별하게 구별 짓는 특성의 복합체’ 혹은 한 개인의 행동과 감정의 성향을 특성 짓는 종합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성격 이론가들에 의하면, 성격은 부모로 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기질, 부모와 자식 간의 교호작용과 양육방법, 사회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서 결정지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각 사람마다 서로 다른 성격이 형성되어지는 것은 필연적임을 역설하고 있다. 즉, 성격은 한 사람이 갖는 고유한 유전적, 심리적, 사회 환경적 영향에 의해 형성되어, 다른 사람과 구별되어 나타나는 감정, 행동, 특성, 태도, 습관 등을 말하는 것으로, 성격이라는 말 자체에는 이미 ‘서로 다름’ 혹은 ‘독특함’이라는 특성이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성격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며 아주 자연스러운 인간 본연의 특질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고유한 특성을 소유한 한 사람이 혼자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가족, 사회, 국가, 혹은 세계라는 틀 속에서 또 다른 고유한 특성을 소유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라는 데에 있다.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조화로운 관계를 이어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와
는 정반대로 각 사람의 다름이 종종 갈등과 불화의 원인이 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그 이유는 바로 서로간의 차이를 ‘다른 것’으로 보지 않고 ‘틀린 것’으로 간주하려는 사회적 경향성에 기인한다.

가장 기본적인 사회단위인 가족 안에서 이 성격적인 차이는 아주 명확하게 드러나곤 한다. 특히 결혼 전의 남녀는 종종 자신과 아주 다른 성격을 가진 이성에게 신선한 매력을 느끼곤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이 부부가 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이 자신이 갖지 못한 특성에 대한 아쉬움과 갈망함을 상대방을 통해 만족시키고자 하는 보상심리에 의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결혼에 성공한 이후 ‘상대방의 다름’에서 느꼈던 신선한 매력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 불편하고 불만족스러운 성격차이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여가시간이 생기면 친구들을 만나고 스포츠 활동을 즐기던 외향적인 남자가 독서와 음악 감상을 즐기는 내향적인 여성에게 마음이 끌려 결혼을 하게 되었다. 결혼 후 얼마 동안은 여성스럽고 고상한 아내를 때마다 늘 흡족한 마음이 들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신과 닮은 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아내에게서 여러 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을 발견하게 되고, 결국은 심각한 갈등을 빚게 되었다.

왜 이러한 일이 생기는 것일까? 장밋빛 인생을 꿈꾸며 결혼한 남녀에게 행복은 참으로 이룰 수 없는 요원한 꿈일 수밖에 없는가? 근본적인 원인은, 서로의 차이를 수용하지 못한 데에서 출발한다. 부부간의 성격차이라는 말속에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내재되어 있다. 그 이유는 ‘서로 다르다는 것’ 자체가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다르다는 것’을 ‘틀리다는 것’과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더우기 남녀에게는 개인적인 성격차이 이외에도 성별에 따른 기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이러한 성격적이며 기질적인 차이를 서로 인정하지 않고, ‘자신과 다른 상대방은 틀리고 나는 옳다’라는 생각을 갖다보면 부부사이에 심각한 위기가 찾아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보다 개방적이고 수용적인 자세로 상대방의 성격적인 차이를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바라보고 존중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독립적인 인격체임으로 존중받아야 할 대상이지 틀리고 잘못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부부관계 가운데에는 개개인간의 성격차이 뿐만 아니라 남녀 간의 성별에 따른 기질적 차이도 존재하기 때문에 행복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수용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이렇게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가운데 상대방이 자신의 독특한 개성과 재능을 꽃피울 수 있도록 도우며, 서로의 차이를 보완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아 실천하고, 나아가 함께 성장해 나간다면 결혼생활의 행복은 그리 요원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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