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2006-05-27 (토)
크게 작게
김명욱(목회학박사)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는 돈이다. 돈 때문에 사람들은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돈은 경제도구로, 돈이 없다면 당장 살아갈 수가 없다.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듯, 요술방망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것 같다. 그렇다면 돈으로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을까. 아니다. 돈보다
더 필요한 것이 있다. 사랑이다.
요즘도 가끔 생각나는 사건이 하나 있다. 한국 재벌 중 한 사람의 딸이 뉴욕에서 자살한 사건이다. “왜? 자살했을까!” “돈이라면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쓸 수 있을만한 한국 최고 재벌의 딸이 아니었던가” “도대체 자살할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가끔 돈 때문에 속상한 일이 있을
때, 그녀를 생각하면 “돈이 전부가 아니구나”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나름대로, 아무리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고 그녀의 자살을 생각해보아도 별 이유를 찾을 길이 없다. 그런데 한 가지 있다. ‘사랑’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이것은 추측이다.

세상엔, 돈 가지고도 살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사람의 마음이다. 사람의 마음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사랑이다. 사람에게서 사랑을 빼 놓는다면 그 사람은, 사람의 가치를 상실한 인조인간과 같이 되어 버릴 것이다. 종교가 가장 주장하는 것도 사랑이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사람구실을 받으려면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거나 사랑을 해야 한다.
사람의 마음을 돈으로 살 수 없듯이 사랑도 돈으로는 살 수 없다. 마음을 사야만 사랑도 살 수 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란 종교계의 구호는 그냥 쉽게 말해지는 그런 구호가 아니다. 죽을 사람을 다시 살릴 수 있는 위력이 넘치는 구호다. “지금, 누군가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힘이 저절로 솟아날 것이다.
가난하여도 사랑으로 가득한 가정은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아무리 돈이 많은 집이라도 그 가정에 사랑이 살아 있지 않다면 그 가정은 무너진다.


사랑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가슴을 따뜻하게 해준다. 설레게 한다. 고동을 뛰게 한다. 사랑하는 감정은 창조를 낳는다. ‘처
음 사랑’을 잘 간직하며 살아가는 가정은 복되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 로버트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일들을 많이 하고 있지만 로버트가 인
간이 될 수는 없다. 그것은 인간이 갖고 있는 이성과 지성과 감성을 로버트가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로버트끼리는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듯 서로 사랑할 수가 없다. 기계는 기계요 마음이 없기에 그렇다.
마음이 있으며, 마음 안에 사랑을 간직하고 있는 인간은 위대하다. 그런 인간을 창조한 조물주와 우주는 더 위대하다. 사랑은 인간의 감성 중 최고의 것이라 할 수 있다. 일 년 365일, 사랑을 하고 사랑받으며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부러울 것이 없는
사람일 것이다.

사람들은, 부자라면 부러워하는데 그 부자도 사랑하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한다면 조금도 부러울 것이 없는 불쌍한 사람밖에는 못된다. 사랑의 위대함이야말로 세상 무엇을 주고도 바꿀 수 없다. 사랑은 모든 것을 초월한다. 사랑은 죽음도 초월할 수 있다. 부모의 사랑은 조물주의 사
랑을 대변한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부모는 못할 일 없이 참아내며 하기 때문이다. 돈은 없으면 없는 대로 살면 된다. 가치의 기준을 너무 높은 곳에 두지만 않는다면 돈은 없는 대로 그저 살아갈 수가 있다. 지난 번 몽골에 갔을 때 넓은 초원의 천막집에 사는 원주민들을 보니 그렇게 평안해 보일 수가 없었다. 그들은 돈 없이도 잘 살아가는 것 같았다. 못 사는 나라일수록 행복지수가 높은 것은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잘 반영해주는 것 같다. 그러나 미국 같은 나라, 자본주의 국가의 도시에서 살아남으려면 “돈은 있어야 함”이 필수다.

돈은 필요하다. 그러나 인간은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고 살아가야 함이 살아있음의 가치를 나타내주는 기준과 척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사랑은 너와 나를 하나로 맺어주는 마술의 힘을 갖고 있다. 서로 사랑함으로 하나가 된다면 세상에 문제될 것은 하나도 없을 것 같다. 사랑으로
‘하나 됨’ 속에서는 “내 것, 네 것”을 따질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돈보다 더 귀중한 것은 사랑인 것 같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