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은행들의 제살 깎기식 경쟁

2006-05-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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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열(취재2부 차장)

지난 22일 윌셔은행과 시티뱅크 코리아타운점이 한인금융 1번지 ‘맨하탄 32가’에 동시 오픈하면서 그동안 우려해왔던 한인금융계의 ‘은행 대전’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나라, 신한, BNB가 리드해 온 한인은행계가 이들 두 은행의 진입으로 벌써부터 밀고 당기는 불꽃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가장 직접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부문은 바로 예금 금리인상 경쟁이다. 불과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3.5~4.0%에 불과하던 1년짜리 정기예금(CD) 금리가 무려 2.0%포인트 가량 오른 연 5.75%까지 높아졌다.
나라은행이 지난 3월 한국 월드컵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며 최고 연리 5.5%짜리 오!필승 CD를 내놓자 신한뱅크아메리카는 4월부터 개명을 기념해 연리 5.5%를 적용하는 CD를 출시했다.


이에 맞서 이번 주 뉴욕에 첫 발을 내딛으며 내놓은 윌셔은행의 CD금리는 가히 ‘파격적’이다. 예치금액이 50만달러 이상 경우 무려 5.75%까지 이자를 제공하는 CD를 내놓은 것이다.금리 급등과 함께 가만히 앉아서 대출이자를 까먹고 있던 고객들의 입장에서 은행들의 예금금리 인상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은행들의 예금금리 인상을 무작정 반길 일만은 아니다. 예금금리 인상이 자체 자금조달 계획에 따라 이뤄지기 보다는 경쟁에 밀리지 않기 위한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기존 은행들은 고객이탈을 막기 위해 신규은행들은 고객유치를 위해 ‘제살깎기’ 식으로 출시한 예금상품들은 은행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게 은행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결국 수수료 인상이나 대출금리 인상 등으로 고금리 예금상품으로 인한 역마진을 만회하려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특히 고금리 예금상품이라는 게 한정된 고객들에게만 제공되는 상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특정고객의 이익을 위해 대다수 고객들은 희생을 감수해야만 하는 셈이 된다.

이런 식이라면 은행간 경쟁을 통해 금융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새롭게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높아지는 경쟁의 선순환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무엇보다 영리를 추구하는 은행들이 고객들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벌이는 경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무분별한 경쟁은 여러가지 면에서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는 안팎의 지적도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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