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뭉쳐야 산다

2006-05-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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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찬(취재2부 부장대우)

웃 보울’ 공연을 보고 왔다.
한국의 인기 가수와 연예인들이 대거 참여한 이 공연은 오랜만에 넓은 야외에서 편안하게 한국적인 풍취를 즐길 수 있게 했다. 젊은 가수들이 나올 때마다 목이 터져라고 괴성을 지르는 여학생들의 모습까지.
더불어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LA의 한인 타운을 돌아봤다. 넓은 도로를 점유하고 있는 한인 업소와 한글 간판, 다운타운에 높이 솟아있는 한인 소유 건물들을 보니, 새삼 감탄이 나왔다.

LA가 뉴욕 한인인구의 3배 정도, 경제 규모는 7배라는 오래된 통계가 생각났다. 지금은 그보다 훨씬 차이가 날 것같다.물론 맨하탄 32가와 플러싱 등의 한인타운은 뉴욕의 한인 이민이 본격화된 70-80년대와는 비교
도 안될 정도로 성장했다. 경제적인 규모로 볼 때 LA에는 못 미치지만 미전역에서 2번째로 꼽힐 것이다. 뉴욕시와 LA의 특성이 다르듯이 뉴욕의 한인타운은 뉴욕시의 그것과 어우러져 멋과 풍취가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지난 10년사이 뉴욕의 한인타운이 그 세월만큼 훨씬 더 커졌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한인 인구도 늘었고 한인들의 활동 영역도 분명 넓어졌지만, 맨하탄 한인타운의 예를 봐도 몇배 커졌다기 보다는 그 정도 수준에서 멈춘 느낌이다.이유가 뭘까. 혹자는 한국의 자본이 LA에 많이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어떤 사람은 대형 샤핑몰을 건설해 한인 자본을 결집시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 맞는 얘기다.


개인적으로 뉴욕의 경우 한인타운의 구심점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뉴욕에는 고만고만한 장소는 많은데, ‘여기’라고 말할 수 있는 샤핑몰이나 대형 건물은 없다.LA의 경우, 약간 과장해서, 미국 샤핑몰처럼 대형의 한인 소유 샤핑몰들이 들어서있다. 한국의
백화점의 축소판으로 보면 될 정도로 그 규모가 엄청나다.
뉴욕은 땅값이 비싸고, 조닝 규제도 많고, 한인 자본력도 약하지만 지난 2-3년간 부동산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한인 밀집지역의 한인 소유 건물들이 크게 늘었다. 재개발이 될 만한 곳의 건물은 한인끼리 경쟁이 붙어 가격을 껑충 뛰게 할 정도였다.

문제는 구심점이 없다. 일부에서 추진했던 대형 프로젝트들은 모두 공염불로 끝났다. 동업의 어려움도 있었고, 경험도 부족했다. 아쉬운 일이다.
LA에서는 2세, 3세들이 코리아 타운을 찾아온다. 그곳에 없는 것이 없고, 사람들 만나기도 쉽기 때문이란다. 뉴욕에도 그런 곳이 있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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