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조국 대한민국-2006년 현재

2006-05-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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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재(내과전문의)

분노에 말을 할 수가 없다. 입을 열 수도 없다. 가슴만 떨리고 있다. 가슴만 떨리는 것이 아니라 전신이 부르르 떨리고 있다. 눈 앞에 대상이 있다면 혼연의 힘으로 주먹질을 하고 싶다. 주먹질이 모자라면 발길질이라도, 그것도 모자라면 죽봉으로 패주어 길바닥에 팽개치고 싶을 정도다.
대상은 조국 대한민국의 현재 정치사회상이다.

드디어 한나라당 대표 박근혜가 벌건 대낮에 테러당했다. 정치테러다. 언론은 괴한의 피습이라지만 그것은 점잖은 표현이다. 백주 중인 환시속에 칼을 맞았다. ‘박근혜 죽여라’고 고함도 질렀다.
때는 5월 20일 오후 7시30분, 장소는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서울시장 후보 한나라당 오세훈을 위한 지원유세차 강단을 오르던 순간이다. 인근 세브란스병원에서 11시15분까지 수술을 받았다. 자상(刺傷)은 오른쪽 귀 밑에서 턱 밑까지 11cm 정도, 깊이는 제일 깊은 곳이 3cm, 얕은 곳이 0.5cm, 조금만 위로 상채기가 났으면 안면근육 마비가, 조금만 밑으로 찔렸으면 경도 맥 절단으로 생명이 위독해질 수 있는 테러를 당했다.


범인은 50세의 전과범으로 세상에 불만이 많았다는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모임’ 소속이다. 또 민주주의를 위해 자행하다 감옥 가면 출세길이 열린다고 믿었던가. 정치권의 수많은 전과범들이 법을 어기고 감옥행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았다. 민주화의 화신으로 변장, 변신하여 정치권에 설치는 인사가 얼마나 많던가. 입만 열면 민주화운동 했다고 훈장처럼 달고 다닌다.

그것이 21세기 현재 조국 대한민국의 정치사회적 현실이다.
정상(正常)이 매도당하고 비정상(非正常)이 횡행하고 있다. 역발상(逆發想)이다. 기존의 모든 질서와 예의를 팽개치고 있다. 위 아래가 없다. 어른도 없고 선배도 없다. 온고지신(溫故知新)하자면 수구고 꼴통이란다. 어른들은 집에서 아이나 보란다. 길 가는 사람 막고 시비를 건다. 시비가 모자라 위협적 언행을 예사로 한다. 남자는 명패를 집어던지고 여자는 머리채를 잡아당긴다. 백바지 차림으로 나타난다. 점잖다는 국회 등원 차림이자 풍경이다. 국기(태극기)에 대한 경례는 뭐하러 하느냐고 뻔뻔히 말하고 있다. 장관이 되었다. 가진 자와 좀 잘 나가는 자를 증오한다. 정의라는 이름 하에 매도해 버렸다. 자살이 연잇는다. 굴욕을 참을수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대학을 철폐 하자더니 자식이 서울대학 가면 히죽 웃는다. 좋아서 웃는다. 이중적 자세를 자인하고 멋적어서 자조(自嘲)하고 있다. 증오와 사랑과 질시가 범벅이 되어 있다. 정신분열 환자들의 전형이다.

모택동을 숭배한단다. 대란대치(大亂大治)가 정치적 목적이자 수단이다. 세상을 시끄럽고 어지럽게 휘둘러 놓아 정신을 빼놓는 수단이다. 사회적 혁명 분위기를 조성한다. 뭔가 일어날 것 같은 조짐에 사람들은 숨을 죽인다. 떨리는 가슴으로 매일을 공포에 질려 하루를 산다. 언제, 어디서, 어느 패거리가 말로, 글로 테러를 할지, 그것도 모자라 언제 송사에 걸릴지 몰라 숨소리도 내지 못하게 한다.
싸움을 기다린다. 사랑이네, 포용이네 말은 좋다. 기다리다 심심하면 싸움을 건다. 싸움 9단이라고 뻔뻔스럽게 자랑도 한다. 미리 겁주기다. 쥐 죽은 듯이 살살거리라는 신호다. 그러다가 동원령을 내린다. 떼를 지은 패거리들이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 죽창에, 쇠파이프에 사가 동원령을 내린다. 떼를 지은 패거리들이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 죽창에, 쇠파이프에 사람을 패는 것을 지나 경찰도 없고 군인도 없다.

맥아더 동상 없애라고 굿을 하다가 평택 미군기지에 나타나서 수백명의 군과 경찰을 팔 부러뜨리고 개 패듯이 패주고는 유유히 사라진다. 신부라기도 하고 목사라고 하기도 하고 학생 떼거리라기도 한다. 신종 신부와 목사와 학생떼가 우글거리는 조국이다.
밥 벌이는 무엇으로 하는지, 밥은 누가 먹여주는지 아리송하다. 원정도 다닌다. 홍콩으로, 벨기에로, 이제는 미국도 온다는데 삭발할지 혈서를 감행할지 야만들의 행위를 또 보아야 할지 메스꺼움이 벌써 치솟고 있다.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은 싸가지 없는 말과 행동을 삼가고 예의를 찾으려 하고 교양을 덕목으로 삼아 ‘동방의 촛불’이 되고자 밤 밝히던 그런 나라였다.누가 조국 대한민국을 이렇게 만드는가? 조국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누가 있어 대답 좀 해줄 수 없는가? 억장이 무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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