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5월을 보내며

2006-05-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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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기(롱아일랜드)

‘近墨者黑 近朱者赤’ 란 말처럼 우리가 보고 듣고 말하고 가까이 하는 것에 따라 우리의 삶이 영향을 받는다.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을 부르던 가수는 낙엽처럼 떨어져 가 버렸고 ‘시의 찬미’를 부른 사람도 그렇게 생의 종지부를 찍고 말았다. 생선장수는 생선냄새 나고, 향수 취급하면 향수 냄새 나며, 담배를 피우면 그 냄새가 베어 어디든 담배냄새가 나게 되어 있다.

한국사람 많이 사는 아파트엔 된장냄새가 나고, 인도인이 사는 데는 커리 냄새가 진동한다. 좋은 친구를 사귀면 인격과 습성을 본받아 훌륭하게 되고 나쁜 친구를 가까이 하면 못된 행실에 물들어 나쁜 길로 빠지게 된다. 모든 일에 긍정적이고 기쁘고 감사에 넘치는 사람 곁에 있으면 함께 기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으며, 항상?불평하고 짜증내는 사람과 함께하면 항상 어둡고 답답하고 힘든 삶이 된다.
“오래 꽃을 바라보면 꽃 마음이 됩니다./ 소리 없이 피어나/ 먼 데 까지 향기 날리는/ 한송이 꽃처럼/ 나도 만나는 이들에게/ 기쁨의 향기 전하는/ 꽃 마음 고운 맘으로/ 매일을 살고 싶습니다.”라고 이혜인 시인은 노래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뉴스 데이는 어머니날에 타이거 우즈와 자니 데이몬( 뉴욕 양키)의 어머니들을 소개하면서 동양 여인들의 자식 교육에 대한 열정과 집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은 옛 말이 된 것 같다. ‘여자는 강하다 그러나 어머니는 더 강하다’라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닐 런 지 모르겠다.

한국의 국무총리, 야당 당수도 여성이고 각 사관학교 수석졸업생도 대부분 여자들이다. 사법연수원에도 남성들을 압도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유 에스 에이 투데이를 창간한 Al Newhart는 어머니날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며 그가 두 살 때 아버지를 잃고 경제공황을 지나며 어머니가 낮에는 남의 집 빨래를 하고 밤에는 남의 옷을 갖다가 다림질 하며 자기 형제에게 선과 악을 바로 분별하는 길을, 그리고 성실과 노력하는 삶의 태도를 유산으로 남겨 주고 가셨다고 회고했다.

어머니란 이름은 포근하면서 애처롭기도 하다. 부르고 불러도 또 부르고 싶은 이름이 어머니란 이름이다.그 이름은 바다와 같아서 모든 것을 다 포용하고 정화시키며, 폭포와도 같아서 떨어지고 또 떨어져 부서져도 계속 사랑을 퍼붓고, 화산의 용암과도 같아서 모든 것을 다 녹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 9순이 지난 어머니를 생각하면 언제나 가슴이 저려온다. 이젠 기력도 쇠하여 얼마나 더 사실 런 지 알 수 없는데 바쁘고 거리 멀다고 자주 나가지도 못하는 불효자식을 위해 아직도 기도를 쉬지 않으신다.

며칠 전에 나가뵙고 함께 좋아 하시던 찬송도 부르고 기도하며 한동안 함께 있었는데 손을 놓지 않으시는 걸 떼놓고 돌아서는 마음이 몹시 아팠다. 지구촌 곳곳에선 어둡고 우울한 소식도 많지만 자연은 이런 것에 아랑곳 하지 않고 곱고 아름답게 변해 가고 있다.

황금찬 시인은 ‘5월은 4월 보단 정다운 달/ 병풍에 그린 난초가 꽃피는 달/미루나무 잎이 바람에 흔들리듯/ 그렇게 사람을 사랑하고 싶은 달.” 이라고 노래했다. 정다운 달, 아름다운 달이 다 가기 전 우리도 꽃처럼 아름답고 향기롭게 되어 사람들을 사랑하고픈 맘 가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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