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2% 부족한 목마름으로...

2006-05-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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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취재1부 차장)

한국산 음료 가운데 ‘2% 부족할 때’라는 제품이 있다. 이 독특한 제품명은 신체의 70%가 물로 구성된 우리 몸에서 수분이 2% 부족해지면 심한 갈증을 느끼게 된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한다. 부족한 2%를 채워줘야 할 때 꼭 찾아야 할 음료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전달하기 위
함이다.

최근 뉴욕시 최초로 추진 중인 한영 이원언어 프로그램의 지난 16일 1차 등록마감 결과도 2%의 부족함을 느끼게 했다. 당초 정원 24명을 목표로 했지만 마감이 하루 지난 17일까지 등록한
인원은 총 16명. 정원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다행히 학군과 학교에서 등록일정을 아예 오픈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추가 등록이 가능해져 그간의 프로그램 유치 노력이 일순간에 물거품이 될 위기는 면하게 됐다.
몸에서 수분이 5% 부족하면 혼수상태, 12%가 부족하면 생명이 위험하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비교해 볼 때 한영 이원언어 프로그램 개설 가능성이 불투명해지거나 취소되는 대신 단지 2%의 목마름으로 그친 것은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관계자에 따르면 한영 이원언어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인식은 극과 극을 달린다. 평소 한영
이원언어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지난 3년여 동안 신문에 보도됐던 관련기사들을 꼼꼼히 스크랩해가며 등록 일정만 손꼽아 기다렸다는 학부모들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이원언어 교육방식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없는 학부모들도 상당수다. 게다가 굳이 미국에 이민 와서까지 공립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느라 애쓸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냐는 반응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아무리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성공하더라도 한인 후손들은 미국인들의 시각에서 볼 때 여전히 ‘코리안 아메리칸’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백인과 결혼한 흑인과의 사이에 태어난 자녀들이 백인보다는 흑인으로 대우받는 마당에 생김새부터 다른 한인인들 오죽하겠는가?
이제는 이민자의 설움을 떨쳐내고자 영어습득에만 목을 매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 한국어를 모른 채 성장하는 것은 당연히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 되고 있다.

정원이 미달되더라도 한영 이원언어 프로그램을 개설하겠다는 학군과 학교 관계자들의 의지는 확고하지만 한인사회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1차 마감 후 보여진 나머지 2%의 부족함을 채워줄 의식 있는 한인학부모들의 용기 있는 결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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