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국가경쟁력을 월드컵처럼

2006-05-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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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주필)

내달에 열리는 독일 월드컵 축구대회를 앞두고 월드컵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의 기적을 이룬 한국팀은 이번 대회에서도 ‘끝나지 않은 신화’를 목표로 축구 강국의 입지를 굳히겠다고 벼르고있다. 축구 성적에 못지않게 세계인을 놀라게 했던 국민들의 응원 열기는 이번에도 또 한번 세계에 과시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의 한인사회에서도 월드컵에 대한 관심은 대단하다. 6월은 9일부터 시작되는 월드컵 열기로 뜨거운 달이 될 것 같다.

4년 전 한국 축구의 월드컵 4강 신화는 태극전사들의 맹렬한 투지와 일반국민들의 열성적인 응원과 함께 히딩크라는 명감독이 만들어낸 산물이었다. 한일월드컵 직후 한국에서 영웅처럼 떠올랐던 히딩크 감독이 한국을 떠나면서 새 감독으로 영입된 사람이 코엘류 감독이었다. 그런데 어쩐지 그 때부터 한국 축구가 죽을 쑤기 시작했다. 2003년 아시안컵 예선에서 한국은 베트남과 오만에 연패를 했고 불가리아와의 친선경기에서도 졌다. FIFA 랭킹으로 베트남이 98위, 오만이 102위, 불가리아가 39위이니 한국팀의 위상이 말이 아니었다. 2004년 4월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FIFA 랭킹 42위인 몰디브와 무승부를 기록하자 코엘류 감독에 대한 비난이 쏟아져
결국 그는 자신해서 계약을 철회하고 한국을 떠났다.


2004년 6월 코엘류의 후임으로 한국대표축구팀의 감독이 된 본프레레 감독도 한국팀의 성적을 올려보려고 무진 애를 썼으나 그다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해서 인기가 없었다. 2005년 8월 사우디와의 대전에서 패배하자 독일 월드컵을 치루기 위해서는 감독을 바꿔야한다는 여론이 높아져 결국 그도 물러났다. 그 후임자가 아드보카트 감독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팀이 저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자신만만하다. 그러나 결과는 두고 보아야 안다. 국민들은 16강에 오르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월드컵 열기속에서 지난 주 발표된 국가경쟁력 순위를 보면 한국은 어처구니 없는 곤두박질을 쳤다.

해마다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에서 한국은 61개국 중 38위였다고 한다. 일년 전보다 무려 9위가 떨어져서 세계에서 가장 많이 떨어진 나라가 되었다. 내용을 보면 정부행정의 효율성이 16위나 떨어졌고 기업경영의 효율성이 15위나 떨어졌다. 한국의 국가경쟁력 약화는 정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반대로 작년보다 국가경쟁력이 12번째나 뛰어올라 19위가 된 중국의 경우, 기업경영의 효율성이 50위에서 30위, 정부행정의 효율성이 21위에서 17위로 올랐고 작년보다 10단계가 올라 29위가 된 인도는 기업경영 효율성이 23위에서 19, 정부행정 효율성이 39위에서 35위로 각각 올라갔다. 국가경쟁력이 7위에서 4위로 올라간 덴마크의 경우도 정부의 효율적 행정이 요인이라고 한다. 이런 나라들은 정부가 국가경쟁력을 크게 올려놓은 것이다.

월드컵에서 16강이 되고 8강, 4강까지 될 수 있다면 대단히 좋은 일이다. 국민들의 사기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국가의 위상을 크게 강화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경쟁력으로 말하면 그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월드컵만 중요시하고 국가경쟁력에 무관심하다면 개인이 생업은 뒷전으로 미루고 골프시합의 성적을 올리는데만 급급해 하는 것과 다름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월드컵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열의를 갖는 것처럼 국가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각계가 나서야 할 것이다.

요즘은 일반회사의 CEO들도 실적에 따라 진퇴가 결정되는 시대이다. 기업의 매출을 늘리고 순익을 증가시킨 경영인은 보너스를 두둑이 받게 되지만 회사의 순익을 많이 내지 못하거나 적자를 낸 사장은 주주총회에서 목이 날아가고 만다. 한국 축구팀의 성적 부진으로 인해 자리를 떠
난 감독들이 이와 같은 경우이다. 국가경쟁력을 떨어지게 했다는 것은 쉽게 말해서 나라를 망치고 있다는 말인데 국가경쟁력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떨어진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지도 짚고 넘어갈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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