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에이전트 일기

2006-05-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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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한다는 것

어느 날 한 지인이 부동산 에이전트를 하고 싶다며 의견을 물어왔다. 에이전트가 시간도 자유롭고, 일하는 것에 비해 수익도 많고, 모두 좋은 차들을 타고 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게 그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 같다.
부동산업도 어느 개인 사업과 마찬가지로 많은 시간과 노력의 투자가 요구된다. 비즈니스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영화 ‘가타카’(Gattaca)가 떠오른다. 이 영화에서 미래에는 인공 수정을 통해 우성인자만 선별해서 만들어진 뛰어난 인간들이 세상을 주도한다. 뛰어난 두뇌와 강인한 체력을 가진 이들은, 머리카락 하나만 검사하면 이 사람이 얼마나 살고, 어떻게 살 것인가가 확률이 기정 사실로 여겨져서 출산부터 성공이 보장되어 있다. 그 중에도 자연 수정으로 열성 인자를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들은 자신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아예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머리카락을 하나 뽑아서 검사를 하면 그의 열성인자가 발견되어 그에게는 아무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은 사회의 밑바닥을 헤매다가 아무도 모르게 사라진다.
형 빈센트는 열성인자만 갖고, 동생 안톤은 인공 수정으로 우성인자만 갖고 각각 태어난다. 동생 안톤은 태어나면서부터 형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났다. 형 빈센트는 약한 심장으로 나이 서른 이상을 살지 못한다는 과학적 통계로 어떤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부모도 모든 것에 뛰어난 안톤을 편애한다. 빈센트에게는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꿈이 있었다. 우주 비행사가 되어서 하늘을 날아보는 것이었다. 빈센트가 자신은 우주 비행사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빈센트를 제외한 모든 가족이 웃었다. 우주 비행사가 되는 것은 고사하고 그는 우주 비행사 학교의 문턱에도 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의 머리카락을 뽑아서 DNA를 검사하면 열성인자가 가득한 그는 면접조차 볼 수 없음을 누구나가 알고 있다.
10대에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가출한 빈센트는 남의 이름을 빌려서 천신만고의 노력 끝에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우주 비행 학교에 입학한다. 곧 우주여행을 할 자신의 기회를 기다리고 있을 때 동생 안톤을 다시 만난다. 시기에 싸인 동생은 형이 절대로 우주에 나갈 수가 없다고 한다. 자신이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빈센트는 안톤에게 둘이 어렸을 때 하던 경기를 하자고 제의한다. 이 시합은 바다에 지평선을 향해 끊임없이 수영해 나가다가, 너무 지치고, 돌아갈 것이 걱정이 된 사람이 먼저 방향을 돌려서 육지 쪽으로 수영해 나오면 지는 경기이다. 힘을 아끼지 않고 무작정 가다 보면 익사할 수 있는 위험한 경기이다.
견제를 하며 한참 동안 수영한 안톤을 아직도 자신을 따라오는 빈센트를 본다. 조금 더 나아가서 이제는 포기했겠지 하고 뒤를 돌아보면 빈센트는 아직도 그의 뒤를 따르고 있다. 이렇게 하기를 수십 번 결국 안톤은 지쳐서 가라앉기 일보직전이 된다.
안톤은 수영을 중지하고 빈센트에게 이렇게 외친다.
“빈센트, 어떻게 너의 약한 몸으로 나를 따라올 수 있어? 어떻게 비행학교의 그 힘든 과정들을 다 이겨낼 수 있었어?”
빈센트가 대답한다.
“안톤, 내가 어떻게 했는지 알아? 나는 바다를 향해서 수영해 나갈 때 육지로 돌아올 힘을 남겨놓지 않고 내 모든 것을 쏟아부어.” (I never saved anything for the swim back.)
(213) 534-3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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