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녀들의 내면의 소리

2006-05-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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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숙(유스앤 패밀리포커스 대표)

대학 3학년인 아들이 해야하는 공부는 하지 않고 캠퍼스 근처의 자취방에서 인터넷 도박에 빠져 부모의 통장에서 이 돈 저 돈을 끌어들이며 생활이 말이 아닌 것이 드러나 이것을 모르고 그간 고생 고생 뒷바라지하던 부모가 발견, 낭패감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전화로 도움을 청하며
안절부절이다.

또 다른 경우는 공부를 곧잘 해서 좋은 대학에도 입학허가를 받아놓은 아들이 그간 부모의 체크와 통장에서 돈을 가져다 인터넷 도박에 빠져 있으며 더우기 그것에 대한 문제점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며 오히려 쉽게 돈을 딸 수 있는 기회를 부모에게 방해받고 있는 것에 대한 아쉬움
과 원망으로 있는 아들을 본다.
또한 24살이 다 된 아들이 여자친구와의 결별 후 다니던 대학을 중퇴하고는 지난 3,4년간을 집안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외출도 끊어버리고는 집안에서 마약만을 일삼으며 점점 자기 자신을 사회에서, 가정에서 고립시키고 있으며 그것에 대한 자기 불안과 집착으로 더더욱 그것에
몰입하며 애꿎은 엄마에게만 돈을 요구하며 떼 아닌 떼, 말 그대로 언어폭력을 일삼고 있다.


이것 외에도 사춘기 때부터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찾지 못해 늘 수줍고 자신감 없고 불안해하던 아이가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거짓 용기에 의지해 생활해 나가는 것에 대한 묘한 재미(?)에 맛을 들이면서 알콜중독 증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는 22살이 된 지금에도 자기 자신의 의지에 의한 삶이 아닌 술에 의존하는 삶으로 인해 사귀던 여자아이에게 강간범으로 기소당하는 아이, 그리고 정말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기가 막힌 성추행 사건들... 이렇게 매일 매일 유스앤드 패밀리 포커스에는 9.11, SOS 케이스가 하루도 빠지지 않는다.

하나님이 내 정신과 마음을 붙들어주지 않는다면 나는 아마 심한 우울증이나 삶의 회의에 빠진 또 다른 상담자가 필요한 환자가 되어졌지 않을까 싶다.이런 케이스의 아이들은 특별한 아이들이니 나의 아이들과는 상관없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가? 아니다.이들 부모들이 바로 그런 생각으로 살았던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었다. 이런 많은 케이스를 보면 ‘문제가 만들어질 수 밖에 없는 절박한 환경이다’ 싶은 케이스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 말은 대부분의 케이스가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부모가, 가정이 꼭 가르쳐 주었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올바른 물질관, 가치관을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음으로 인한 건전하고 바른 정체성이 만들어지지 못했기 때문인 경우가 대다수이다.

없어서, 춥고 배고파서가 아니라 이미 풍족하게 주어진 것에 대한 바른 가치 인정, 그리고 그것을 바르게 사용하는 가르침과 훈련이 되어지지 못해 책임과 의무를 다했을 때 주어지는 권리나 특권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며 부모들이 자녀의 어떤 필요를 채워주어야 하는 것이 중요한가에 대한 무지의 결과이기도 하다.
매년 청소년들의 광야 캠프를 실시하면서 다시금 내 자신도 놀라는 것은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을 너무 잘못 알고 있고 과소평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집안에서 공주, 왕자 노릇으로 잔뼈가 굵은(?) 아이들이 과연 야영캠프와 이웃의 불우한 이웃들을 섬기고 돕는 그 힘든 일을 해낼까?

잠자리, 화장실, 샤워, 말도 안되는 상황과 그 벌레와 곤충들을 어떻게 견딜까? 라는 의구심과 불안감으로 아이들을 보내지만 결과는 아이들 자신도, 부모들도 놀라는 결과를 늘 만들어내곤 한다.
떠날 때는 뾰루퉁한 아이들이(처음 가는 아이들) 돌아와서는 엄마, 아빠에게 “내게 진짜 멋진 기회를 주심을 감사해요”라며 그들이 6박7일의 캠프 이야기를 쉬지 않고 이야기하며 “내년에 또 갈래요”를 요구하는 아이들을 볼 때 부모들이 내게 계속 묻는다. “아니, 도대체 꼬질꼬질해서 돌아온게 고생이 말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뭐가 그렇게 좋았대요”라고.

나는 이 말을 들으면 “앞으로 두고 보시면 알거예요” 하곤 웃는다. 그렇다. 다녀온 아이들의 삶이 달라지는 것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는 자녀들이 늘 말로 요구하며 투정하는 것에 길들여져 있어서 그들의 내면의 진정한 요구와 필요가 무엇인지를 감지하는데 무지해지고, 감지하려고 하지 않는 부모들이 되어 버렸다. 자녀들이 편하고 안락한 것들, 더 좋은 물질로만 요구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그들의 내면에서
이렇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엄마, 아빠. 내가 따르고 본받을 만한 권위를 가지고 나를 훈계해 주고 가르쳐 주세요. 내가 따르고 본받을 만한 가치 있고 의미있는 것으로 내가 채워 나갈 수 있는 기회들을 제공해 주세요”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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