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불체자 단속, 꼭 이래야 하나

2006-05-0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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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국토안보부와 이민세관 단속국 등 사법기관의 미국내 불체자 단속이 심해지면서 이민자 사회가 심각한 동요 현상을 겪고 있다고 한다. 뉴욕지역의 소규모 업소에서 일하는 히스패닉 불체자들이 체포를 두려워해 직장에 출근하지 않기 때문에 영업에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히스패닉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는 한인업소들도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전국에서는 불체자 단속이 부쩍 강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플로리다와 알라바마에 이어 조지아에서 경찰이 불체자를 체포할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되었고 뉴욕의 서폭 카운티도 비슷한 법안을 마련중에 있다. 또 지난달 사법당국은 한 목재가공품 회사의 불체자 고용을 집중적으로 수사하여 뉴욕시 등 40개 도시에 있는 이 회사의 지사를 급습, 1,000여명의 불체자 근로자와 전현직 회사책임자 9명을 체포했다. 이날 국토안보부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불체자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불체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모색중에 있다. 지난번 상원에서 불체자 구제를 내용으로 한 메케인 법안이 좌절된 후 이와 유사한 내용의 헤이글 법안이 추진중에 있다. 부시대통령은 지난달 공화, 민주 양당의 상원의원들을 백악관에 초청하여 새 이민법안에 관해 조율했으며 이민개혁을 연내에 매듭짓겠다는 일정을 밝혔다.
이처럼 이민개혁의 움직임이 일고 있는 이 때 불체자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현재 사법당국이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대상은 업체에 취업하고 있는 불체자들이다. 만약 이민개혁 입법으로 어떤 형태이든지 불체자에 대한 구제조치가 이루어진다면 직업을 가지고 있고 세금을 내고 있는 불체자가 가장 우선적으로 혜택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이런 불체자부터 단속한다는 것은 우선순위가 잘못된 단속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법당국이 불체자를 단속하는 것은 고유의 업무이므로 무조건 단속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미 미국 내에 들어와 있는 불체자보다도 지금 이 순간에도 국경선을 넘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는 불체자가 더욱 문제일 것이다. 불체자에 대한 단속은 신규 밀입국과 미국의 안보에 위해가 되는 테러분자의 색출에 더 집중되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오늘(5월 1일) 히스패닉 불체자들을 포함한 미국내의 불체자들이 전국에서 총파업과 시위로 미국의 새 이민정책을 촉구하고 있다. 이제 미국은 이 소리에 귀를 기울어야 한다. 모든 불체자를 범죄인시 할 것이 아니라 옥석을 가려 대처해 줄 것을 미국의 사법당국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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