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4.29폭동 같은 위기 대응준비 되어 있는가

2006-04-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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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뉴욕 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사무총장)

꿈과 희망으로 일구었던 한인들의 노력이 잿더미로 변하였고, 피해를 입은 한인들이 거리에서 대성통곡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가해자들은 당당하게 물건들을 약탈해 갔던 1992년 4.29 폭동이 이맘때면 아직도 우리의 눈앞에 선하다. 그리고 14년이 흐른 지금에도 가해자는 없고 피
해자들은 곳곳으로 흩어졌고 하나의 불행했던 과거로 치부되고 있다.
그러나 그 사건은 단순한 폭동이 아니었다. 미국의 빈곤율이 높아질 때 마다 주기적으로 일어났던 폭동이었고 그 한가운데 초기 이민자였던 한인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 사건 이후 우리들은 그 충격에서 벗어나고자 많은 고민을 했고 많은 대안들을 내놓았었다.

어떤 대안이었고, 어떤 실천들이 진행되어 왔을까? 지금 우리는 그 때 그 사건을 돌이켜 보아야 한다.지금 미국의 빈곤율은 4.29 폭동이후 낮아졌다가 또다시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 또다시 이러한 폭동의 한가운데서 고독한 피해자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인사회의 위기를 사전에 극복하기 위한 고민,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안, 수습 등에 대하여 한인사회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의 준비가 필요하다. 이제는 그날의 폭동만큼이나 한인사회의 지도력이 혼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모든 사회적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빈곤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위험요인은 절대 빈곤 보다 상대적인 빈곤이다. 또한 중산층으로 부터 추락한 빈곤층들의 절망은 가장 큰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불행하게도 미국의 빈곤율은 92년 폭동 이후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 농무부가 25만 6549명을 대상으로 한 인구조사국의 조사결과를 분석한 결과 1992년 미국 내 절대빈곤층은 미국 내 전체 14.8%인 3만 8014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1993년도는 15.1%, 94년도는 14.5%, 95년도는 13.8%, 96년도는 13.7%, 97년도는 13.3%, 98년도는 12.7%, 99년도는 11.9%, 2000년도는 11.3%, 2001년도는 11.7%, 2002년도는 12.1%, 2003년도는 12.5%, 2004년도는 12.6%를 기록했다. 1993년을 시작으로 매년 빈곤율이 감소하였지만, 2001년을 들어서고 부터 빈곤율이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백인들은 8.2 %에서 8.6 %, 흑인들은 24.5%에서 24.6%, 그러나 히스패닉은 22.5%에서 21.8%로 감소했다. 히스패닉의 이러한 감소는 수많은 서류미비 이민자들의 통계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측면이 더 강하다.
그러나 전체적인 빈곤율이 계속 증가하고 서류미비 이민자의 문제로 인해서 강공의 입장을 갖고 있는 공화당 행정부와 이를 지지하는 흑인사회와 백인사회, 이에 대항하여 5월 1일 메이데이를 기점으로 총파업을 선언한 히스패닉 사회 사이에 더욱더 험한 대결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특이한 사항들은 과거의 흑인들이 자신들의 빈곤 책임을 백인들로 보았던 입장에서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생각되는 히스패닉 사회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내 빈곤사회의 복잡한 양상과 정부의 강경 정책과 이에 첨예하게 맞서는 히스패닉 사회와의 충돌이 일어날 경우 이들과 함께 살고 있는 한인사회가 가져야 할 입장은 무엇이 될 것인가? 만약의 경우 우리에게 또다시 4.29 폭동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한인사회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이제는 심각하게 논의를 해야 할 것이다.

당시 로드니 킹이라는 흑인 운전자가 경찰들에게 폭행당하는 뉴스를 접하면서 그 불똥이 장차 한인사회로 튈 것이라 예견한 사람이 누가 있었겠는가? 이 시점에서 우리는 당시의 빈곤 상황과 지금의 빈곤상황, 그리고 갈등의 양상에 대하여 주의깊은 관찰을 하고 한인사회의 위기 대
응능력을 키우기 위한 총체적인 점검을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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