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범람하는 유행가

2006-04-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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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선(뉴욕 예술가곡연구회 회장)

인간정신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노래다. 지금 온 한국땅 방방곡곡에는 이기심과 유흥심을 조장해주는 반 문화적인 유행가가 가득 찼다. 한국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계 어느 곳에도 유행가로 가득하다. 이처럼 유행가가 범람한 지역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자연 유행가의 영향을 받게 되므로 정신문화 부재현상을 빚어내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망국적 퇴폐문화 풍토는 한국땅 위에 정직성이 황폐된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어찌하여 온 나라땅에 유행가가 가득찬 퇴폐풍토가 생겨났을까? 온 한국땅에 유행가가 가득차게 된 배후에는 두 인물이 있다. 한 사람은 독재자 박정희가 유행가를 유독 좋아해 그가 살해당한 궁정동 술상에서도 젊은 유행가 가수들과 함께 술과 유행가를 즐겨했듯 그는 온 나라에
엄청난 유행가를 번창시켰다. 그는 만년에 반대파를 마구 투옥시켰고 뜻있는 애국지사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판국도 자주 일으켰다.
또 한사람은 클래식과 유행가를 접목하여 엄청난 명예와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모 음악인이다. 많은 뜻있는 음악인들이 이를 강하게 규탄하여 신문에도 보도된 바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오늘처럼 온 한국땅에 반 문화적인 유행가가 가득찬 망국적 퇴폐풍조를 이룬데는 우리 국민의 의식 부재가 큰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 운명에 엄청난 해독을 끼친 박정희나 문제의 음악인을 규탄하기보다는 그들을 옹호하고 그들의 반 사회적 활동을 돕는 반역행위가 살아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칠레나 하이티 같은 후진국의 독재자들도 그들의 말로가 비참한 역사적 교훈을 남겼듯 국민의
식이 살아있건만 수많은 대학들이 있고 높은 지식수준을 자랑하는 한국땅에서 독재가 판을 치고, 나라를 말아먹는 반역자들이 활보하는 까닭이 어디에 있을까? 국민의식 부재다. 정직성의 부재다. 우리 모두가 깨어나 독재자와 불의가 발 붙일 수 없는 정의의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사는 뉴욕한인사회도 유행가 천지를 이루려는 반 사회적 풍토가 움직인지 오래다. 뉴욕지역에서 한번 치르던 추석행사를 두번으로 늘려 엄청난 비용을 들여가며 한국에서 유행가 가수들을 대거 초청하여 아무 문화적 가치 없이 번쩍번쩍대는 한탕주의로 가고 있다.뉴저지에서도 본을 따 이민자들의 땀흘린 결실을 무모하게 낭비하고 있다. 뉴욕지역에서 한 차례 행사로 하여 뉴저지, 뉴욕 한인들이 반갑게 만나는 기쁨의 장소도 마련하고, 그 비용을 절감하여 건설적인 일에 사용해야 할 것이다. 많은 행사가 한탕주의로 끝나는 비생산적이고 비문화적인 일로 끝나는 파행을 막아야 한다.우리 이웃 중국사람들을 보자. 검소하고 절약해서 플러싱지역 일대를 장악해가는 부흥을 하고 있지 않은가?

모든 사람들은 말한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 극도로 발달한 과학문명과 물질문명의 노예화로 인간이 위축되고 인간정신이 퇴색되어가는 시대적 비극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신에 영양을 공급해주는 문화를 섬겨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온 나라가 돈독에 물들고 온 나라가 부정, 부패로 물들어 정직성이 황폐되어 아직도 독재자가 잔재하고 수치스러운 황우석 사건이 일어나는 흙탕물의 역사로 얼룩졌다.우리는 성실, 근면하고 인애정신을 선천적으로 이어받은 아름다운 국민이다. 우리도 국민이 문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문화 사랑의 생활로 접어들 때 오늘의 흙탕물 역사 위에 아름다운 연꽃을 피워내는 아름다운 한국민이 될 것이다. 인간의 진정한 행복을 누리고 사는 행복한 길은 문화 사랑에서부터 싹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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