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이민자 주간 행사’ 외면하다니

2006-04-2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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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뉴욕시 이민자 주간에 한국 문화와 역사를 소개하는 행사가 전무하다는 정말 어처구니 없는 소식이다. 17일부터 23일까지 뉴욕시가 이민자 역사주간을 맞아 각 커뮤니티가 고유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기 위해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가지고 있으나 한인사회
주최로 열리는 행사는 하나도 없다고 한다.

한인 사회에 단체가 수백개에 이른다고 하면서도 무엇들을 하길래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다. 이 행사에는 현재 유태, 그리스, 아이리쉬, 러시아, 히스패닉계를 비롯한 100여개 커뮤니티가 문화행사를 펼치고 있으며 아시안 커뮤니티에서는 인도계에서 사진 전시
회, 영화 상영을, 필리핀 커뮤니티와 동남 아시아계에서 음악 및 무용 공연을 하고 있다고 한다. 또 중국 커뮤니티는 이민자 주간 내내 차이니스 아메리칸 뮤지엄에서 전시회를, 맨하탄에서는 말하기 및 동화 읽어주기, 퀸즈 지역에서는 플러싱 도서관에서 시낭송 및 각종 공연을 펼치
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행사를 위해 시장실 산하 이민청에서 각 커뮤니티가 지원을 요청하거나 행사개요를 제출하면 후원을 하기 위해 개최할 문화행사 내용을 알려달라고 각 커뮤니티에 당부하고 있다는데 도대체 한인커뮤니티는 이러한 상황을 알고도 무시한 건지, 모르고 있었던 건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이 사실을 알고도 외면했다면 그 책임을 면하기가 어렵다. 뉴욕시는 180여 개국에 달하는 세계 각국의 문화와 역사로 어우러진 이민자의 도시이다. 때문에 각국의 문화와 역사가 소개되는 이런 행사에는 무슨 수가 나도 한인 커뮤니티가 참가해야 했다. 미국 속에 한인사회와 한국문화 및 역사를 알리는 길은 문화행사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
금 우리 문화는 한류열풍이 불면서 한국의 문화가 세계인들에게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행사를 통해 한국의 전통문화나 역사가 담긴 국악이나 무용, 또는 영화상영, 역사가 담긴 사진전 등을 개최했다면 얼마나 좋았을 것인가.
우리가 이 땅에서 타민족과 어우러지고 함께 어깨를 겨루기 위해서는 타민족에 우리의 문화를 알림으로써 문화민족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자긍심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도 말로는 문화민족, 권익신장 운운하면서 이런 행사를 외면했다는 건 너무나 한심한 일이다. 미국에서 자라나는 2세들에게도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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