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부모가 자녀들에게 꼭 가르쳐야 될 것

2006-04-1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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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취재1부 차장)

미스 코리아 뉴욕 선발대회 사고(社告)가 나가는걸 보니 봄이 왔긴 왔나보다.미스 코리아 뉴욕 선발대회를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3년전인가...? 당시 미스 코리아 뉴욕 선발대회가 열렸을 때 이를 취재하기 위해 보스턴에서 내려온 황나나, 나래 자매다.당시 두 자매는 뉴욕 한국일보의 비둘기 기자 자격으로 미스 뉴욕 행사를 취재한 바 있다. 나나·나래 자매를 보고 잔잔한 감동을 느꼈지만 3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두 자매가 기자의 마음을 떠나지 않는 이유가 있다.행사가 끝난 뒤 며칠 되지 않아 두 자매로부터 카드 한 장을 받았다.

“미스 코리아 뉴욕 선발 대회의 취재를 옆에서 도와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이 예쁘게 적힌 카드였다. 그 후에도 항상 연말이 되면 두 자매는 어김없이 안부를 묻는 카드를 보내온다. 다음 달이면 기자 생활을 한 지 꼭 12년째가 되지만 1.5세나 2세로부터 이처럼 답례 인사나 카
드 받은 기억이 별로 나지 않는다. 카드는 커녕, ‘땡큐’ 전화를 받은 적도 거의 없는 것 같다.뉴욕과 뉴저지 한인사회에는 1.5세들이나 2세들로 구성된 단체가 10여개에 달한다. 뉴욕청년회의소(제이씨)도 있고 차세대 한인들의 네트웍 형성 단체인 Y-Kan도 있으며 최근 뉴욕 총영사
관의 후원으로 발족한 코리안 아메리칸 커뮤니티 재단(KACF)도 있다.
이 단체들의 설립 취지나 활동 사항을 기자는 높게 평가한다. 각자 본업이 있으면서 봉사활동을 하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1.5세와 2세들을 보면서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계승해야할 한국적 사고방식의 결여다. 물론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어렸을 적 태평양을 건너왔다면 한국적인 사고방식에 대해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미국 부모 밑에서 자란 입양인이 아닌 이상, 한국의 언어와 문화, 예의를 모른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대부분의 2세들을 이렇게 만든 것은 그들의 부모 탓이 크겠지만 선배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아무리 미 주류사회에서 당당하게 활동한다 하더라도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나라 출신의 사람이 예의가 없으면 결코 코리안-아메리칸 사회에서는 인정을 받을 수 없다. 뉴저지 한인사회에서는 지난해 주요 공직자로 선출된 한인 2세에 대해 ‘어떻게 선거운동 때에는 한인사회를 상대로 그렇게 도와달라고 하더니 당선된 뒤 ‘감사하다‘라는 말 한마디 없느
냐’라는 불평의 목소리가 높다. 글쎄... 4년 후 그가 재선에 출마할 쯤에야 아마 감사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이 글을 읽고 ‘어차피 2세들이야 미국이 생활터전인데 그까짓 한국적 사고방식에 대해 알 필요가 뭐가 있느냐’라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다. 한인사회에 얼씬도 거리지 않고 살 자신이 있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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